인공지능(AI)이 IT 기업들이 즐비한 판교의 채용, 인사평가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AI를 개발하는 회사를 넘어 어떻게 활용하고 실제 업무에 얼마나 잘 활용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 여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채용 단계에서는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과정을 평가하고, 입사 후에는 AI로 업무를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 성과평가와 별도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전환(AX) 평가’를 시행한다. 전사적인 AI 전환을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AI 활용을 단순히 늘리는 단계에서 실제 업무 성과로 연결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한컴은 AX 전환 초기에는 임직원이 AI에 익숙해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활용 시간을 늘리는 등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사용을 독려하고, 임직원별 AI 활용 현황을 대시보드로 공유하기도 했다. 하반기부터는 AI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넘어 AI를 활용해 본인 업무를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평가한다.
한컴은 전사 OKR에 AX 관련 목표를 30% 이상 반영하고 있다. AX 역량은 △직무 경계를 넘어 완성도 있는 결과를 냈는지 △AI 활용이 팀이나 다른 조직으로 확산됐는지 △일회성 활용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았는지 등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실제 업무 혁신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컴은 AI를 적극 활용하는 직원 24명을 ‘AX 챌린저’로 선발해 코드 자동 수정 파이프라인, JIRA 이슈 자동 처리 플랫폼, 인사·근태 연동 전사 표준 에이전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AI를 개인의 생산성 도구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게임사에서는 넥슨이 AI 도입에 진심이다. 사내 도입을 넘어 AI 네이티브 세대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 단계부터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넥슨은 올해 채용연계형 인턴십 ‘넥토리얼’의 게임 프로그래머 선발 과정에서 기존 코딩테스트 대신 AI 면접과 AI 활용 역량평가를 도입했다.
서류전형 이후 진행되는 AI 면접은 AI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약 50분간 진행된다. 이후 AI 활용 역량평가에서는 실제 업무와 유사한 문제를 AI 도구를 활용해 해결하는 과정을 본다. AI에 대한 이해도뿐 아니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AI를 활용해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한컴과 넥슨 사례처럼 기업들이 보는 AI 역량의 핵심은 AI 자체를 다루는 기술보다 기존 직무 역량과 AI를 결합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AI 도입 후 성과 측정에 나선 기업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수년 뒤에는 개인의 성과 지표에 AI 활용능력이 기본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모든 기업이 채용이나 평가 기준을 AI 중심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보안업계에서는 AI가 채용 기준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기존 역량을 보완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AI 활용 경험과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은 여전히 핵심 평가 기준으로 꼽힌다.
안랩 관계자는 “AI 도구 활용 경험이나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가 최근 채용 과정에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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