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무슬림 마을에서 한 번에 8000명 학살을 지휘하는 등 10만명 이상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라트코 믈라디치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군 사령관이 8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구금시설에 수감 중이던 믈라디치는 이날 사망했다. 믈라디치는 집단 학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이곳에서 복역했으며, 최근에는 뇌졸중을 겪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 잔여업무기구(IRMCT)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헤이그에서 입원 중이던 믈라디치가 사망했다"면서 "그라시엘라 가티 산타나 판사가 그의 사망 상황을 전면 조사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믈라디치의 아들인 다르코 믈라디치가 현재 헤이그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들 다르코는 최근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보스니아 내전은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 과정에서 민족과 종교 갈등이 심화하면서 발생했다. '보스니아의 도살자'라는 별명이 있는 믈라디치는 내전 기간 10만명 이상을 학살한 혐의를 받는다. 내전으로 난민이 된 사람만 220만 명에 달한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당시 그는 보스니아계 무슬림들을 두고 "뇌를 태워버려라"고 자신들의 부하들에게 명령하는 한편, 자신을 "세르비아의 신(神)"이라며 뽐냈다.
믈라디치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로는 스레브레니차에서 8000명을 살해된 사건이 꼽힌다. 이 외에도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는 1만명 가량이 학살됐으며, 이 중 1500명이 어린이였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그는 1995년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됐으나, 이후 16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1년 5월 26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북부에 있는 한 농촌에서 당국에 체포됐다. 2017년 재판소는 믈라디치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으며, 이는 2021년 확정됐다. 당시 알폰스 오리에 판사는 믈라디치의 행동을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했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전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2017년 1심 종신형 선고 후 "정의가 승리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악의 화신인 믈라디치의 처벌은 국제 사회에 정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또 믈라디치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의 비호를 받기도 했다. 믈라디치는 군 막사를 여기저기 오가며 방문하기도 하고, 2000년에는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중국과 유고의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활 역시 2000년 밀로셰비치의 실각과 함께 끝났다.
인생 말미에 믈라디치의 변호인은 재판소에 인도주의적 조건에서의 석방을 요청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믈라디치의 치료 불가능한 말기 상태와 그의 짧은 기대여명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구금은 적법한 목적이 없으며 비인간적인 대우이자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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