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공간에서 한 커플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자 몇 초 뒤 필름이 밀려 나온다. 두 사람은 그 사진에 다양한 스티커를 붙인 뒤 서로 웃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잘 나온 사진을 그대로 걸어뒀다.
동남권 트렌디 쇼핑과 서브컬처의 성지로 불리는 삼정타워에 재미있는 팝업이 떴다. 한국후지필름이 지난 28일 문을 연 '인스탁스 룸 투어(ROOM TOUR)'가 그 주인공이다. 인스탁스가 부산에서 여는 첫 브랜드 팝업으로, 이 건물 2층에서 17일까지 3주간 이어진다.
팝업은 이름대로 2가지 컨셉으로 구성됐다. 한쪽은 분홍과 노랑이 뒤섞인 '키치(Kitsch)', 다른 한쪽은 원목과 네이비로 정돈된 '클래식(Classic)'이다. 책상과 소파, 책장으로 주거 공간을 약식으로 재현한 쇼룸이 각 구역의 정체성을 대신한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직관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공간을 둘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인스탁스가 단지 필름 카메라로서의 기능 외에도 사용자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디자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됐다.
인스탁스 제품 외에 필름의 종류도 많았다. 사진에 나올 인물이 1~2인이면 미니, 3~4인은 스퀘어, 5인 이상이면 와이드 사이즈를 고르는 식이다. 와이드 필름을 처음 본 사람들이 높은 시안성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인스탁스는 이번 팝업에 현재 판매 중인 모든 라인업을 출동시켰다. 최근 국내를 넘어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부산에서 즉석 사진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기로 한 셈이다.
오픈과 동시에 MZ 세대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왔다. 아이가 부모 손을 잡고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그 옆에서는 친구들끼리 온 무리가 서로를 찍느라 분주했다. 영어와 중국어도 들렸으며, 한 외국인 관광객은 진열대의 카메라를 하나씩 들었다 놨다 하며 한참을 서 있었다.
입구에는 키치 혹은 클래식인지 알아볼 수 있는 취향 테스트 태블릿이 붙어 있다. 귀여운 걸 좋아하고, 실용적인 것을 선호한다고 답하면 '인스탁스 미니13(instax mini 13™)'을 추천해줬다.
미니13은 인스탁스의 최신 아날로그 모델이다. 인스탁스는 1998년 첫 제품 이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카메라와 프린터를 누적 1억 대 팔았는데, 미니13은 그 계보의 가장 최근 자리에 있다. 파스텔톤 5가지 컬러에 볼륨감 있는 입체 디자인이라 팝한 공간에 잘 어울린다.
맞은편 모던·클래식 구역의 중심은 '인스탁스 미니 에보 (instax mini Evo™)'다. 클래식한 카메라 외형에 디지털 기능을 얹은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렌즈 효과 10가지와 필름 효과 10가지를 조합해 100가지 표현을 낸다. 스마트폰 속 사진을 바로 뽑는 프린터로도 쓸 수 있다.
프리미엄 라인인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 (instax mini Evo Cinema™)'도 눈길을 끌었다. 동영상 촬영과 사진 촬영, 스마트폰 사진 인화를 한 대에 담은 인스탁스 최초의 3-in-1 모델이다. 193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각 시대의 영상미를 재현하는 '에라스 다이얼(Eras Dial)' 효과에 강도 조절을 더해 역시 100가지 표현이 가능하고, 최대 15초짜리 짧은 영상도 찍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영상 큐알(QR) 코드를 사진에 함께 인화하는 기능이다. 뽑은 필름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그 순간의 영상이 재생된다. 종이 한 장에 정지 화면과 움직임이 같이 담기는 셈이다. 지난 2월 출시 당일 초도 물량을 완판됐고, 지난달 27일 '2026 에피 어워드 코리아' 브랜드 콘텐츠 부문에서 수상한 제품이다.
선택적 출력 기능을 처음 알게 됐다는 한 방문객은 "인스탁스 하면 찍고 바로 나오는 것만 있는 줄 알았다"며 "포토 프린터도 있고 찍은 것 중에 골라 뽑는 하이브리드 기능이 유용해 보인다"고 말했다.
진짜 재미는 사진을 뽑은 다음부터다. 두 구역 사이 꾸미기 존에는 다채로운 스티커와 귀여운 모양의 단추가 비치돼 있어 방문객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진을 꾸밀 수 있게 했다.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한국후지필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팔로우하면 무료 촬영 한 번, 스토리에 올리면 한 번 더 촬영이 가능하다. 그중 한 장을 카운터 옆에 전시하겠다고 하면 하루 선착순 50인에 한해 액자를 증정한다.
이송이 인스탁스전략담당 매니저는 소품 활용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제안한 적이 없는데 커플이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방에 있는 오브제를 들고 찍더라"며 "직접 다뤄보니 좋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를 넘어 글로벌 관광지로 부상한 부산에서 느낀 고객 관심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MZ 세대 고객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많은 방문객이 꾸준히 팝업을 찾고 있었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첫날이라 이 정도로 올 줄은 몰랐는데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사람이 확 늘어 있었다"고 말했다.
안병규 한국후지필름 인스탁스팀 팀장은 "부산은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인데 인스탁스를 온라인으로 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며 "부산에서 젊은층 고객님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 곳에서 편하게 체험하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부산 팝업 반응을 보고 다른 지역 팝업은 물론 부산 정식 매장 개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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