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반도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미국 증시가 마주한 강력한 복병과 맞닿아 있다. 월가는 현재 끝을 모르고 치솟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를 AI 랠리를 위협할 가장 치명적인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금리 고공행진은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AI 기술주에 직격탄이다. 미래 가치를 끌어와 현재의 주가를 정당화하는 성장주의 특성상, 금리 상승은 미래 수익의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설비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하이퍼스케일러(초거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의 조달 비용 급증이다. 과거에는 풍부한 자체 현금 흐름으로 이를 감당했지만, 갈수록 채권 발행 등 외부 차입 비중이 늘고 있어 높은 장기금리는 기업의 재무적 숨통을 조이는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 내 AI 인프라 투자를 향한 의구심은 종종 한국 증시의 '반도체 피크아웃 통과론'으로 번지곤 한다. 메타가 AI 서버 인프라를 외부로 임대하며 메모리 주문을 줄일 것이란 소문이나, 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D램을 채택할 것이란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메타의 장기 칩 및 부품 주문이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으며, 애플의 중국산 부품 채택 역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와 엄격한 납품 스펙으로 어려운 사정이다.
무엇보다 한국 반도체가 가진 이익 성장 모멘텀의 파괴력이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킨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코스피 순이익은 2025년 222조원에서 2026년 759조원으로 전년 대비 242%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의 순이익은 2025년 81조원에서 2026년 무려 581조원으로 614%라는 경이로운 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이익 성장률이 27%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의 레벨업은 온전히 반도체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하반기 원화는 불안정한 진통을 거쳐 점진적인 안정을 찾을 것이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과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을 자랑하는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미국 예외주의를 자극하며 강달러 기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원화는 일본 엔화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3%에 가까운 견조한 경제 성장률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 폭이 2배 가까이 확대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등 우량 반도체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일시적 상방 리스크를 소화한 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드는 연말부터 2027년 초에 걸쳐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안착하며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닷컴버블 붕괴 직전의 시장에서도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투자 과잉 우려가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결국 주도주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기업들이 증명해 낸 실적이었다.
2026년 8월 현재의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주식의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귀금속이나 채권을 상회한다. 미국 중간선거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둔 행정부가 지지율 압박을 의식해 점진적으로 완화적인 정책 스탠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은 다시금 질주를 시작할 것이다.
상승장에서의 조정은 거듭될수록 깊고 날카롭게 느껴지지만, 흔들림 없는 실적을 보유한 우량주에게 조정은 언제나 다음 상승을 위한 가장 완벽한 매수 기회였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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