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연의 주(株)토피아] 美 9월 금리 인상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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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9월 FOMC에서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릴 수도 있다고?"

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길 기대하던 국내 증시에 때 아닌 '매파(통화긴축 선호) 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 심포지엄에서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던진 매운맛 발언 때문인데요. 시장이 그토록 바랐던 금리 인하 신호 대신 "물가가 안 잡히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매파적 으름장을 놓으면서 뉴욕증시는 물론, 마감 이후 월가의 선물 지수와 우리 한국 증시까지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제 긴축은 끝났고 피벗(통화정책 전환)만 남았다"고 믿었던 투자자들에게는 충격일 텐데요. 도대체 잭슨홀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9월 금리 인상설이 이토록 무섭게 급부상한 걸까요?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 우리 국장은 어떤 잔혹사를 겪었는지, 그리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파도를 어떻게 대처하라고 조언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지난 주말 월가를 혼란에 빠뜨린 워시 연준 의장의 발언부터 복기해 보겠습니다. 기조연설에 나선 워시 의장은 "우리의 책무 중 하나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볼 때, 관련 지표들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죠.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이란 바로 추가 금리 인상을 뜻합니다.

워시 의장의 한마디에 금융시장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이 반영한 9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3.50~3.75% → 3.75~4.00%) 확률은 불과 하루 만에 35.4%에서 57.5%로 20%포인트 넘게 폭등했습니다. 반면 금리 동결 확률은 42.5%로 뚝 떨어지며 동결보다는 인상 시나리오가 시장의 주류로 올라섰죠.

이 파장에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파란불을 켰습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2% 내린 5만3559.99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52% 하락한 2만6402.4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0.25% 내린 7711.76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통화·채권 시장은 더 크게 요동쳤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무려 11.8bp 급등한 4.348%를 기록하면서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을 나타냈고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9.727까지 치솟았습니다. 달러가 강해지고 이자를 주지 않는 원자재의 매력이 떨어지자 국제 금 가격은 3%대 폭락을 맞았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왜 우리 한국 증시에 치명적인 독이 되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한·미 금리 격차와 외국인 자금의 생리를 알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거대 자금(연기금, 헤지펀드 등)은 안정적이면서도 이자를 많이 주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경제 체급이 압도적인 선진국 미국과, 여전히 신흥국 리그에 속해 있는 한국의 금리가 같아지거나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한국 주식이나 채권을 쥐고 있을 이유가 사라집니다.

과거 역사를 되짚어봐도 미국 금리 인상기는 한국 증시에 잔혹사로 기록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1994년 미국이 기습적으로 긴축 고삐를 죄었을 당시, 코스피는 인상 후 3개월, 6개월, 1년, 2년 뒤 시점까지 내리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기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1.00%에서 5.25%까지 가파르게 올리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됐고 자본 유출 우려가 심화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약 3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매도 폭탄을 쏟아냈습니다.

다만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의 궤적은 1994년과 달랐습니다. 당시는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경기 호황 속에서 한국의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던 시기로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출 속에서도 기업들의 탄탄한 펀더멘털이 증시를 떠받쳤고 코스피는 사상 첫 2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자본 유출 우려가 무조건적인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선례를 남긴 셈입니다.

하지만 2015~2018년·2022년 금리 인상기 때에는 미 연준이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며 고금리를 유지하자 환율은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을 보였고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연일 매도 폭탄을 쏟아내는 셀 코리아(Sell Korea)를 감행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과거 미 금리 인상기마다 신흥국 주가는 평균 8~14%, 국장은 심할 경우 10~20% 수준의 깊은 조정을 받아왔습니다. 만약 오는 9월 미국이 실제로 금리를 3.75~4.00%로 올린다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환차손 우려 증가로 이어져 외국인 자금 이탈 및 증시 하락이라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고리가 다시 가동될 위험이 커지는 것이죠.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무조건적인 패닉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현재 증시 전문가들이 이번 워시 의장의 발언과 9월 금리 인상론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매파 코스프레를 통한 기대심리 제어입니다.

시마 샤 프린시펄 자산운용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시장은 정책의 명확성에 프리미엄을 부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마구 올리겠다기보다는 시장에 팽배해 있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플레이션 불씨를 끄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운맛 발언을 던졌다는 해석입니다. 시장의 과열을 식히기 위한 구두 개입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죠.

둘째는 실적 펀더멘털과의 싸움입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미 금리 인상기에도 한국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좋았던 2005~2007년에는 코스피가 상승 곡선을 탔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금리 상승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 핵심 수출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견고하게 유지된다면 환율 효과(고환율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를 바탕으로 증시 하방 버팀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셋째는 9월 FOMC 전까지 이어질 지루한 박스권 흐름입니다. 당장 9월 15~16일(현지시간) 예정된 FOMC 회의 전까지 발표될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증시가 널뛰기를 반복하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공격적 투자를 자제하고 현금 비중을 확보하는 보수적 접근이 유리하다"고 권고합니다.

"악재보다 무서운 것은 불확실성이다." 월가의 오래된 격언입니다.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한동안 우리 증시가 거친 파도를 맞이할 가능성은 커졌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고점을 높이고 외국인 수급이 흔들린다면 코스피 지수의 단기 조정은 피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러나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연준의 강경한 매파적 태도는 역설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완벽히 잡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장기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다가올 9월, 섣부른 추격 매수보다는 8월 물가 지표와 연준 위원들의 입을 차분히 확인하면서 고금리 환경에서도 튼튼한 현금 흐름과 독보적인 실적을 내는 알짜배기 종목을 옥석 가려내듯 짚어내는 지혜를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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