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이 의약품 생산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던 생산현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을 관리하고 품질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찾은 충북 음성 한독 생산공장에서도 생산라인을 움직이는 기반은 '데이터'였다. 한독은 2011년 생산공정을 페이퍼리스(Paperless) 체계로 전환해 생산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AI 기반 제조혁신의 토대가 된다.
안쪽에서는 무인이송차(AGV)가 원료를 싣고 이동 중이다. 순간 동선이 겹쳐 발걸음을 멈추자 관계자는 "그냥 지나가면 된다. 차량이 사람을 먼저 인식하고 멈추거나 피해 간다"고 말했다.
현재 운행 중인 AGV는 미리 설정된 경로만 이동한다. 앞으로는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아 움직이는 자율주행 이동로봇(AMR)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반복적인 업무는 시스템이 맡고 작업자는 생산 관리와 품질 확인 등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독이 구축 중인 'AI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도 이 같은 방향의 연장선이다. 생산·물류 최적화와 품질관리, 설비 예지보전, 안전관리 등 역할별 AI 에이전트가 각각 판단하고, 상위 AI 슈퍼바이저가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생산 효율과 안전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안전을 우선하도록 설계된다.
한독은 2026년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돼 총 42억원 규모의 AI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기반 지능형 공장 구축에 착수했다.
AI 오케스트레이션은 제약업계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다. 서의연 한독 생산지원실 실장은 "AI가 생산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24년부터다. 그전까지는 자동화와 데이터 축적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며 "AI 도입이 확대되면 2028년 이후부터 생산성과 운영 효율 측면의 성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착한 곳은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을 생산하는 플라스타 공장이다. 연면적 7632㎡에 달하는 규모지만 전체를 둘러보고 제어하는 데는 모니터 하나면 충분했다.
화면에는 실제 생산공장이 그대로 구현됐다. 어느 설비가 가동 중인지, 어떤 구역이 청소 중인지, 실내 온도는 몇 도인지 등까지 버튼 한 번이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이른바 '디지털 트윈'이다. 실제 생산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한독은 2025년 자율형공장 구축 지원사업을 통해 케토톱 플라스타 공장에 디지털 트윈과 AI 자율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AI 자율제어 시스템은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조건을 최적화하고 품질 이상을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해당 사업에 선정된 것은 한독이 업계 최초다.
이 같은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독은 현재 사노피와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 대상 위탁생산(CMO)과 품질관리(Q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글로벌 CMO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AI와 디지털 혁신을 융합한 제조 경쟁력 강화를 미래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과제로 삼고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독은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 '자율형공장 구축 지원사업'에 제약업계 최초로 선정된 데 이어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사업에도 선정됐다. 올해는 '2026년 제조분야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과 로봇활용 제조혁신 지원사업에도 선정되며 제조혁신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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