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코스피가 이례적인 급등락을 보였습니다. 뚜렷한 단일 악재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엔화 강세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경계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낯선 표현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과연 무엇일까요?
2시에 돌연 닥친 급락세…단숨에 200포인트 넘게 하락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3% 오른 6650.33으로 출발했습니다. 장중에는 상승폭을 키우며 6682.97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된 데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인 영향입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오후 1시 50분 6659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오후 2시 14분께 돌연 하락 반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코스피는 오후 2시 25분께 6439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불과 10분 사이에 220포인트(장중 고점 대비 4%p 하락) 급락한 것입니다. 코스닥도 오후 2시 직후 코스피와 똑같은 급락을 겪었습니다. 오후 2시 800포인트를 상회하던 코스닥 지수는 오후 2시27분 782포인트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다만 한국 증시만의 움직임은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시간 일본 닛케이225와 대만 가권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도 급락 후 반등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뚜렷한 대형 악재가 새롭게 발생한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갑작스러운 급락의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로 거론된 것이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입니다.
엔화로 자금 빌린 뒤 미 증시 등에 투자…금리 차이로 수익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에서 엔화로 자금을 빌린 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일본에서 낮은 비용으로 돈을 빌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해 금리 차이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거나 일본의 금리가 상승할 때 생깁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엔화로 빌린 자금을 자국 통화 등으로 환산했을 때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투자자는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을 팔아 엔화를 다시 사들이게 됩니다.
이런 거래가 여러 투자자에게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입니다. 해외 자산을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의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2024년 8월에도 글로벌 증시를 크게 흔든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졌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8.8%, 11.3% 급락했습니다.
이번에도 엔화 강세가 나타난 가운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의 경계감이 커졌습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3%를 넘어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만으로 단정하긴 어려워
다만 이번 급락을 실제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한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동 확전 우려가 재부각되자 증시에서 위험회피성 차익실현이 확대됐다"며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엔화 움직임 등에 장중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작은 이슈에도 급격한 하락과 반등이 이어지는 등 체질적으로 약한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작은 변수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대외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외국인 선물 매도와 기관 현물 매도 등 수급 변화에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펀더멘털 이외에도 단기 수급과 투자심리가 지수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진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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