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 논의에 학계 신중론…"저소득·청년 부담 커질 우려"

  • 소득 하위 20% 부담률, 상위 20%의 8.4배

  • "제로·저당 확산…시장 자율 변화 지원해야"

남혜정 동국대 교수왼쪽부터 오문성 경희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 김갑순 한국조세정책학회장 최원석 납세자연합회 회장 노정란 명지대 교수 하상도 중앙대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세정책학회
남혜정 동국대 교수(왼쪽부터), 오문성 경희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 김갑순 한국조세정책학회장, 최원석 납세자연합회 회장, 노정란 명지대 교수, 하상도 중앙대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세정책학회]

가당음료에 설탕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영양성분 표시 강화와 건강교육 등 비가격·시장 친화적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당음료 소비가 이미 감소하는 가운데 부담금을 도입할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세정책학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는 7일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 무엇을 따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제34차 조세정책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건강 효과, 부담 귀착, 재정 구조 관점에서 최근 발의된 설탕부담금 제도를 종합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노정란 명지대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24년) 9개년 원자료 실증분석 및 부담귀착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부담금이 없는 상태에서도 1인당 일평균 가당음료 섭취량은 2016년 116.9g에서 2024년 87.0g으로 25.6% 감소했다. 제로음료 확산 등 시장 자율 조정을 통한 당류 저감이 진행 중임을 나타내는 지표다.

노 교수는 부담금을 도입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소득 대비 부담금 비율을 계산한 결과 소득 하위 20%인 1분위가 상위 20%인 5분위보다 약 8.4배 높았다. 연령과 소득을 함께 따져보면 저소득 청년층과 청소년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금으로 걷은 돈을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당음료 소비가 줄어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면 걷히는 부담금도 줄어든다. 반대로 부담금 수입이 계속 유지되려면 가당음료 소비 역시 크게 줄지 않아야 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 교수는 "제로음료와 저당 제품 확산 등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당류 섭취 감소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가격 규제를 우선 적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일률적인 가격 규제보다는 영양성분 표시 강화, 청소년 표적형 건강교육, 기업의 자발적 저당화 촉진 등 정보·시장 친화적 비가격 정책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토론에서도 설탕부담금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한국의 당류 섭취량은 감소하고 있고 비만에는 신체활동 부족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세금이나 부담금을 먼저 도입하기보다 실제로 전체 섭취 열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남혜정 동국대 교수는 가당음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다른 음료를 찾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담금이 실제 제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와 건강 개선 효과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문성 경희대 교수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실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저소득층과 청년층에 부담이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며 "해외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부담금 방식이 적절한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영양성분 표시 등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강화하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며 "제로·저당 제품을 자발적으로 확대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갑순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이미 시장에서 자율적인 당류 저감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격을 통제하기보다 비가격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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