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화학·운송장비 등 제조업과 도소매 등 서비스업으로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다. 기업에 쌓인 이익이 임금과 배당, 세금 등을 통해 가계와 정부로 이전되면서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3.1% 증가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증가하지 않으면서 저축 여력도 커졌다. 총저축률은 45.6%까지 높아져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을 중심으로 발생한 소득 증가가 아직 가계의 소비로 모두 연결되지 않은 만큼 향후 소비로 이어질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총저축률 증가는 미래의 소비, 민간소비나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가 그만큼 늘지 않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이익이 실제 가계와 정부로 이전되는 과정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성과급과 배당금으로 지급되면 가계소득이 늘고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세수 증가를 통해 정부 소득도 확대될 수 있다. 이는 민간소비와 내수 회복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부장은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총영업잉여 증가는 성과급, 배당금 등 가계소득 증가로 나타나고 법인세,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정부 소득도 증가하며 시차를 두고 내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현금 배당에 따른 배당금과 배당소득세 등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 소득의 정부·가계로의 분배가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발 실적 개선은 이미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 부장은 "반도체 제조업 영업이익이 큰 폭 늘어났고 화학제품, 운송장비 제조업, 서비스업의 도소매 등 반도체 외 여타 업종 실적 개선 흐름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석유 정제업은 정제 마진 개선으로, 화학제품 제조업은 의약품과 화장품 수출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다. 기계 및 장비 제조업은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 선박 제조업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 증가의 영향을 받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도 가능하다는 게 한은 측 판단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올해 하반기에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0.2∼0.3% 수준이면 연간 성장률 3.3%도 가능해진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한은은 당분간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더라도 물량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제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 초반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소득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목 GNI는 3만6855 달러로 3년 연속 3만6000 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대만이 사상 처음으로 4만 달러를 돌파하고 일본이 3만8000달러대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도 올해 4만 달러 고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부장은 "올해 남은 기간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고 연간 명목 GNI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환율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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