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반대와 우려를 반드시 극복해야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前 총장] 
  

 
2023년 12월 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최종 의결했고, 교육부는 이를 반영하여 2028 대학입시제도를 확정 발표했다. 이 개편된 대입제도의 핵심 내용은 수능 심화수학 제외와 내신 5등급제이다. 그리고 지난 8월 초순 대통령에 대한 교육부 업무보고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보고한 국교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에서 2033학년도 대입부터 내신과 수능에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0월에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내년 3월에 확정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이 구상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준비가 미진한 상태로 시행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과거에 내신과 수능의 객관식 단답형 시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단답형 주관식 문항을 출제하고, 대학별 고사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한 적이 있으나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비판 때문에 폐지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하여 서·논술형 문항의 채점 기준과 출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사교육이 생겨 부모 경제력에 따른 격차가 커질 것까지 우려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창의력 개발을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교수·학습 현장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했고, 평가는 공정성과 신뢰성 우려에 매몰되어 객관식 시험으로 일관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평가는 물론이고 대학입시도 1968년 도입된 대학입학예비고사, 1981년부터 실시된 학력고사, 그리고 1993년부터 실시된 수능시험에 이르기까지 객관식 선다형 문항을 유지했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최근에 국교위가 구상하고 교육부가 시행할 대입제도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된 두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2028학년도부터 수능에서 문과와 이과가 통합되고, 내신에서 적용되는 5등급제이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고교학점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데, 내신 등급과 전형 요소가 변화하자 일부 상위권 학생들이 자퇴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화된 내신 등급제가 2025학년도 고1부터 적용되어 대학입시에는 2028학년도부터 반영된다. 이에 따라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고 상위권의 변별력이 감소하자 고1 자퇴생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내신 전형 요소에 학교폭력, 고교 출결 등이 포함되면서 불이익을 받게 될 학생들이 자퇴하고 있다.

둘째,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현재의 초등 6학년 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2033학년도에 시행하겠다고 국교위가 예고한 내신과 수능의 서·논술형 시험이다. 서·논술형 평가는 새로운 사교육을 유발하고, 채점의 공정성과 객관성 및 신뢰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오래전부터 창의성 신장을 교육 목표로 제시해 왔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정답을 집어넣는 교육’을 실시해 왔고, 수능의 전 과목이 객관식 문항으로 구성되어 기계가 채점하며, 영어 이외의 과목은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토론식 수업으로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신장하여 ‘생각을 끄집어내는 교육’을 실시하고, 대입 시험은 논술형으로 출제되어 교사가 채점하는 절대평가이다.

우리 교육 현장은 그동안 실시해 온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를 개선하도록 대입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창의성 신장 교육을 하려면 일부 반대와 우려를 해소하여 이번에는 반드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국교위의 대입 개편안도 여전히 수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의 ‘집어넣는 교육’을 ‘끄집어내는 교육’으로 바꿀 수 있는 대입 시험으로 변해야 한다.

혁신적 변화를 도모하려면 장기 계획을 세워서 단계별 절차를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첫째, 국교위는 대입제도 등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하여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여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반대와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둘째, 서·논술형 평가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각 주체별로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대학입시를 자율화하여 서·논술형 시험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학생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여 4년제 일반대학 지원자도 감소했으므로 대학별로 서·논술형 시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또한 평가 전문가는 학생과 학부모가 수긍할 수 있는 채점 기준과 이의 제기 절차 등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는 학생이 서·논술형 시험에 대비하도록 첨삭과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글쓰기 지도 능력을 개발하고, 일관성 있는 채점 기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채점자 훈련을 주기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위와 같이 교육 당국과 전문가 및 교사가 수행해야 할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10년은 주어져야 한다. 셋째, 서·논술형 시험을 대학입시부터 먼저 도입하고 초·중·고 현장의 교사와 학생이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실시하기를 제안한다. 내년, 즉 2028학년도부터 4년 동안 대학이 서·논술형 시험을 준비할 기간을 주어 2032학년도 대입부터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이때 수능은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고등학교졸업자격시험이나 대학입학자격고사로 기능하도록 한다. 또한 내년 초등 3학년부터 학교 평가에 서·논술형 시험을 도입하되 이들이 대학입시에 응시할 때는 고등학교 3년간의 내신성적만 반영하도록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서·논술형 평가 실시계획에 대하여 채점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사교육 출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소수 의견에 더 이상 국가 미래가 발목 잡혀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객관식 4지 또는 5지 선다형 문항으로 정답 맞히기를 통해 평균 인재를 양성해 온 내신과 수능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개선해야 한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교육정책이나 대입제도 개혁을 미루는 것은 교육 당국의 직무유기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는 창의성 교육이 정착하도록 대입 시험과 대학 자율화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 영어교육과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 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대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6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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