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과학·수학·읽기 전 분야 1위를 차지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능력이 세계 최상위권임을 보여준 성과다. 하지만 성적표 이면에는 과제가 적지 않다. 스스로 공부를 계획하고 방법을 바꾸는 능력은 OECD 평균을 크게 밑돌았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은 오히려 늘었다.
PISA는 OECD가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로, 15세 학생의 독해력·수학·과학 역량을 평가한다. 단순 암기보다 배운 지식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2025년 조사에는 91개국·지역에서 약 76만명이 참여했으며, 일본에서는 고교 1학년생 약 6500명이 응시했다.
일본은 전체 참가국·지역 가운데 과학과 수학에서 각각 5위, 독해력에서 4위에 올랐다. 일본을 앞선 곳은 중국의 베이징·상하이·장쑤·저장(중국 본토는 4개 지역만 참가)과 싱가포르, 대만, 마카오로 모두 OECD 비회원국·지역이다. 한국은 과학 7위, 독해력과 수학에서 각각 6위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과제 해결 능력을 강조한 학습지도요령(한국의 국가 교육과정에 해당)의 정착, 학생별 태블릿 보급 등 디지털 수업 환경 확충,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찾고 토론하는 방향으로 바뀐 수업을 좋은 성적의 배경으로 꼽았다.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더 의미 있는 성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상위권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국가·지역이이기 때문이다. 마스카와 히로유키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인구가 많은 일본이 상위를 유지하는 것은 의무교육이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만 세부 결과를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력 평가와 함께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호기심과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물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일본 학생은 59%로 OECD 평균 74%보다 낮았다. ‘어떻게 공부할지 미리 계획한다’는 응답이 20.6%, ‘지금의 공부 방식이 효과가 없다고 느끼면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는 응답이 30.2%로 각각 OECD 평균보다 16.7%포인트, 14.1%포인트 낮았다.
일본 교육 현장에서는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입시 경쟁을 꼽는다. 아사히신문이 취재한 한 사립고 교사는 학생들이 입시 공부에 쫓겨 배우는 내용에 호기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외울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는 것.
문제는 입시가 끝난 뒤다.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사회에 나가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바꿔가며 공부하는 힘이 더욱 중요해졌다. 문부과학성 담당자는 아사히신문에 지금은 성적이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스스로 배우는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 훗날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성인들도 학습 역량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것이 높은 생산성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OECD가 2024년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독해력과 수리력 2위, 문제해결력 1위에 올랐다. 15세뿐 아니라 성인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 회원국 중 28위, 취업자 1인당으로는 29위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다. 닛케이는 학력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짚으며,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탐구심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려면 수업부터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노우치 요리카즈 니혼대 교수는 닛케이에 “학기 중 한 번이라도 좋으니 교사가 곧바로 답을 알려주지 말고, 실험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생각을 깊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 달라”며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하위 성취층은 배운 지식과 기술을 실제 문제에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들이다. 일본의 하위 성취층 비율은 여전히 OECD 평균을 밑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22년과 비교해 독해력이 13.8%에서 18.6%, 수학이 12.0%에서 16.1%, 과학이 8.0%에서 11.3%로 높아졌다. 세 분야 모두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반면 상위 성취층은 이전과 비슷했다.
하위 성취층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스마트폰 이용 증가도 거론된다. 문부과학성이 올해 실시한 전국학력테스트 분석에서 SNS나 동영상을 하루 4시간 이상 보는 중3의 수학 정답률은 48.7%로, 30분 미만인 학생(69.6%)보다 20%포인트 넘게 낮았다. 미미즈카 히로아키 오차노미즈여대 명예교수는 닛케이에 게임과 SNS 이용 증가로 자율학습 시간이 줄어든 것이 일부 학생의 학력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학력 차이도 뚜렷했다. 부모의 학력과 가정환경 등을 종합한 지표에서 하위 25% 학생 가운데 수학 하위 성취층은 24.5%였지만, 상위 25%에서는 7.5%에 그쳤다. 세 배가 넘는 차이다.
가정의 학습 지원 역시 OECD 평균보다 약했다. 일본 학생 가운데 부모가 공부를 챙겨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케다 미야코 OECD 상급분석관은 일본에서 자녀의 공부를 챙기는 가정이 줄고 있으며,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계층에서 이런 경향이 특히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가정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을 학교가 어떻게 도울지도 과제다. 닛케이는 유급이 사실상 없는 일본에서는 학습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학생도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문부과학성은 이런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030년도 이후 순차 도입하는 차기 학습지도요령에서 학교가 교과별 수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확보한 시간을 교원 연수와 수업 연구, 개별지도에 활용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이고 스스로 배우려는 의욕도 기른다는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