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아파트 50년, 새 미래를 짓다 ⑤

  • 65층보다 중요한 것…압구정은 어떤 미래를 지을 것인가

  • AI·로봇·돌봄·에너지 결합한 '100년 주택' 시험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일대를 미래형 주거단지로 재구성한 조감도 초고층 주거시설과 상업·문화공간 한강변 녹지와 보행공간이 어우러진 미래 압구정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강남구청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일대를 미래형 주거단지로 재구성한 조감도. 초고층 주거시설과 상업·문화공간, 한강변 녹지와 보행공간이 어우러진 미래 압구정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강남구청]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문을 열었을 때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 넓은 평면은 미래 생활의 상징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기술은 낡았지만, 당시 단지가 제시한 질문은 남아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재건축 압구정이 최고 층수와 한강 조망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주거의 기준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새 압구정의 입주 시점을 정확히 단정하기는 어렵다. 인허가와 관리 처분, 이주·철거와 공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가장 최신인 가전제품을 설계도에 넣어도 입주 때는 구형이 될 수 있다. 미래 아파트의 경쟁력은 제품의 숫자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과 배선·배관·통신설비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구조에서 나온다.
 
첫 번째 축은 공간 AI(인공지능)다. 조명과 냉난방, 환기와 보안, 가전을 스마트폰으로 각각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거주자의 생활 패턴과 에너지 사용, 건강 상태를 학습해 집 전체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특정 건설사나 가전회사 제품에만 묶이지 않고, 입주자가 기기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보호와 해킹 대응도 주거 품질의 일부가 된다.
 
두 번째는 로봇과 모빌리티다. 배송·청소·순찰·주차로봇이 공동현관과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을 오갈 수 있도록 통신과 문턱, 승강기 제어 체계를 처음부터 설계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승하차 공간과 지하 물류 거점, 전기차 충전시설도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를 감지하고 구획하는 방재설비가 뒤따르지 않으면 편의가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초고령사회 돌봄이다. 지금의 중장년 조합원이 입주 후 고령층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낙상과 이상징후 감지, 비접촉 건강 측정, 응급의료 연결, 휠체어 이동과 방문간호 공간이 기본 설계에 포함돼야 한다. 가족 수와 연령 변화에 맞춰 방과 거실을 바꿀 수 있는 가변형 평면은 집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네 번째는 에너지와 재난 안전이다. 고성능 단열과 태양광·지열, 에너지 저장 장치, AI 냉난방 관리로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한강변 집중호우와 지하공간 침수, 정전과 통신장애에도 대비해야 한다. 초고층 단지는 승강기와 급수, 피난 체계가 전력에 크게 의존하므로 비상전원과 수직대피 계획이 생명과 직결된다.
 
미래 주거는 단지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압구정 2∼5구역을 약 1만1800가구 규모의 하나의 도시처럼 연결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한강변 공공보행로와 공원, 구역별 수변 거점, 압구정과 성수·서울숲의 연결이 핵심이다. 반면 대규모 지하주차장 출입구와 늘어난 가구가 주변 도로에 미칠 부담, 시민 접근과 입주민 보안의 충돌은 해결해야 한다.
 
압구정의 성공을 최고 층수나 평당 가격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집이 사람을 돌보고 기술이 계속 새로워지며 단지가 한강과 도시를 연결해야 한다. 1976년 압구정 현대가 아파트 중심의 새로운 생활방식을 보여줬다면 반세기 뒤 새 압구정은 아파트가 사람과 도시를 함께 살리는 시대를 보여줘야 한다. 높이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꿀 때 압구정은 다시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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