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반도체·조선·바이오로 넓힌다"…지멘스, 韓 산업 AI 생태계 확장

  • 정하중 한국지멘스 사장 인터뷰

  • 제조AI, 스스로 행동 판단·결정 단계까지 확대

  • HD현대·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다양한 기업과 협력

정하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사장 사진한국지멘스
정하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사장 [사진=한국지멘스]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엔지니어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설비의 움직임까지 결정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 지멘스는 디지털 트윈과 산업용 AI,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제조 현장의 AI 활용 범위를 넓힌다. 국내에서도 반도체·조선·바이오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 중이다.

정하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사장은 16일 아주경제와 만나 "세계적인 전문가들도 에이전틱 AI에서 피지컬 AI로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한국 제조업의 AI 전환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화는 엔지니어링 영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멘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지멘스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이다.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하고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화면을 설계·구성해야 했다면 이제는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입력해 AI가 프로그램 코드와 화면 구성을 제안하거나 초안을 생성할 수 있다.

정 사장은 "예전에는 공장 제어 화면을 바꾸려면 프로그램을 다시 작성해야 했지만 이제는 '왼쪽에는 온도와 습도를 넣고 오른쪽에는 변화 그래프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면 AI가 이에 맞춰 화면을 바꿔준다"며 "자연어 기반 기술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 제조 현장에는 아직 적용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도입 속도는 상당히 빠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AI 역할은 프로그램 작성을 돕는 데에서 실제 기계의 행동을 결정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정 사장은 독일 하노버메세에서 선보인 로봇팔을 사례로 들었다. 신발과 모자, 스카프처럼 형태와 재질이 서로 다른 물체를 가방에 넣도록 지시하면 AI의 지시를 받은 로봇팔이 작업 결과를 인식하고 다음 행동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로봇팔이 신발과 모자에 이어 스카프를 가방에 넣었는데 스카프의 절반이 밖으로 흘러나오자 AI가 작업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제조 방식이 표준화된 작업을 반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AI가 상황과 결과를 보고 판단해 작업 방식을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운반차량(AGV)도 AI와 결합하면서 정해진 경로를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 사장은 "10㎏의 물건을 특정 장소까지 운반하라고 지시하면 이동 중 장애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우회해 목적지까지 가는 방식"이라며 "AI가 주변 상황을 보고 판단하면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피지컬 AI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은 '디지털 트윈'이다. 실제 제품과 생산공정을 가상 환경에 구현해 설계와 생산 조건을 사전에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지멘스는 산업 현장의 '엔지니어링 언어'를 이해하는 산업용 파운데이션 모델(IFM)을 개발해 디지털 트윈과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을 연결하고 있다.

회사는 조선·반도체·바이오 등으로 국내 산업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과는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정 사장은 특히 수많은 부품과 설계 요소가 들어간 선박에서 디지털 트윈의 활용 가치가 크다고 봤다.

정 사장은 "선박에는 100만개에 달하는 부품이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구조가 복잡할뿐더러 기존에는 설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제작해 물리적인 테스트를 거쳐야 했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디지털 환경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실제 제작에 앞서 다양한 조건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실제 제작 전 다양한 조건을 검증함으로써 엄청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는 AI·클라우드 기술과 지멘스의 산업 전문성을 결합하는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제조업의 AI 전환을 위해서는 한 기업의 기술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AI는 한 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멘스 역시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얼라이언스가 중요하다"며 "네이버클라우드는 AI와 클라우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지멘스가 보유한 산업 기술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제조 AI가 제품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결국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제품력이 없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고, 반대로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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