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칼럼] '로봇판 인해전술' 맞설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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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변호사] 

중국발 휴머노이드 대량생산의 충격파

2년 전 유튜브에 올라온 휴머노이드 영상을 기억한다. 사람 모양의 로봇이 몇 걸음 걷다가 비틀거리다 넘어졌다. 댓글에는 웃음과 조롱이 가득했다. 2026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는 그 웃음이 사라지게 했다. 톈궁 울트라가 100m를 9.39초에 뛰었다. 우사인 볼트의 9.58초보다 빠르다. 1년 전 같은 대회의 우승 기록은 21.50초였다. 대회 종목에는 케이블 연결, 산업 조립, 물류 적재, 전기차 충전이 들어 있었다. 달리기는 볼거리였고 나머지 종목이 본론이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세계의 공장이었다. 최근 몇 년 간은 그 물건이 소포장 택배 단위로 국경을 넘는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만든 흐름이다. 상품 값이 한국 공장 원가보다 싸다. 문구, 주방용품, 소형 가전, 의류를 만들던 작은 공장이 매일 무너진다. 미국과 유럽, 말레이시아, 중앙아시아의 중소 제조업체도 똑같은 비명소리를 낸다. 이제 택배 상자 속 소비품이 인간 형상의 기계 노동자로 변하려고 한다.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상황을 한국의 공단으로 옮겨 보자. 직원 스무 명인 금속 가공 공장이 있다. 사장은 이미 알리와 테무 때문에 주문의 3분의 1을 잃었다. 그때 중국산 휴머노이드 한 대가 2000만원에 들어온다. 한 해 인건비의 절반 값이다. 사장은 사람 대신 로봇으로 대체한다. 옆 공장도 같은 선택을 한다. 문제는 이 선택이 수만 개 공장에서 동시에 일어날 때 무엇이 남느냐다.

영국 조사기관 옴디아는 2025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을 약 1만3000대로 집계했다. 그중 중국 아지봇 한 회사가 5168대를 냈다. 미국의 테슬라, 피규어 AI,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각각 150대 안팎에 그쳤다. 2026년 상반기에는 중국 한 나라의 출하량이 4만대를 넘었고, 중국산 점유율은 97%로 높아졌다. 가격도 무너졌다. 유니트리는 G1을 9만9000위안, 우리 돈 1900만원쯤에 판다. 1년 전 산업용 휴머노이드는 100만 위안을 불렀다. 값을 10분의 1로 내린 힘은 부품에 있다. 모터와 감속기, 센서를 중국이 대량생산 흐름 속에 넣은 것이다. 물론 거품도 있다. 출하된 로봇의 상당수는 아직 연구실과 전시장에 있다. 그러나 유비테크의 워커 S2는 지리자동차 공장에서 42도 더위 속에 24시간 일했다.

미국의 자존심인 테슬라 옵티머스도 이 구조 밖에 있지 않다. 옵티머스의 모터, 감속기, 베어링, 센서, 배터리, 나사까지 중국산이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의하면 중국산 부품을 빼면 한 대 원가가 4만6000달러에서 13만1000달러로 세 배 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들어가서 사람을 대신한다. 병원의 간호 보조와 간병, 택배 분류, 전기 공사 현장, 설비 수리 현장이다. 한국의 간병비는 하루 15만원을 넘고 간병 인력은 부족하다. 로봇 가격이 싸지면 병원과 요양원이 먼저 구매한다. 사람 간병인이 로봇 간병인과 경쟁하는 날이 온다. 같은 로봇이 설거지 도구 대신 소총을 집어 들면 군인이 된다. 2025년 5월 중국과 캄보디아의 금룡 합동훈련에는 소총을 얹은 중국산 로봇개가 나왔다. 로이터는 2026년 9월 중국군 조달 공고와 논문 100건 이상을 분석했다. 인민해방군이 휴머노이드를 정찰과 수송을 넘어 전투원으로 키우는 연구를 서두른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인구 문제가 겹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다. 일본과 유럽도 병력을 채우기 어렵다. 군인은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그 전제가 흔들린다. 지금 속도라면 2년에서 3년 안에 중국은 한 해 수십만 대의 휴머노이드를 찍어낼 힘을 갖는다. 사람 군인은 출생 후 20년이 지나야 군인이 된다. 로봇 군인은 공장에서 몇 시간이면 나온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한반도의 힘의 균형이 이 로봇군인의 숫자 위에서 다시 계산된다. 한국은 중국과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나라다. 이 변화의 첫 번째 파도를 맞는 자리에 있다.

경제의 파도는 이미 와 있다.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컨테이너로 들어오면 노동자가 직업을 잃는다. 휴머노이드 도입은 물건의 수입이 아니라 노동자의 수입이다. 이민 심사도 없고 비자도 없다. 월급 대신 전기만 있으면 만족하는 기계 노동자가 항구를 통해 들어온다. 인공지능이 대졸 신입의 자리를 줄인 데 이어 휴머노이드는 공장과 물류창고, 건설 현장, 병원의 블루칼라 노동자를 향한다. 중간에 인간에게 남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미국은 유니트리와 아지봇 로봇의 연방 조달을 막는 법안을 냈다. 그러나 미국 대표 휴머노이드의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인 상황에서 그 장벽은 오래 지탱하기 어렵다. 미국은 로봇의 머리인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쥐고 있지만,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몸이 없으면 전장에 서지 못한다. 장벽을 세우는 쪽보다 하드웨어 부품을 쥔 쪽이 더 강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사정은 더 급하다.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 어느 나라도 중국과 같은 부품망을 갖지 못했다. 로봇 밀도 세계 1위라는 한국도 감속기와 모터의 상당 부분을 밖에서 사 온다.

미·중 기술 패권경쟁만이 아니다. 군비경쟁이고, 체제경쟁이다.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시장이 무엇을 만들지 정한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산업의 방향과 물량을 정한다. 중국은 지방정부마다 100억 위안 단위의 로봇 기금을 세우고, 5년 단위 국가 계획에 휴머노이드를 올려놓았다. 자유주의 국가들은 개별 기업의 판단에 맡겨 두었다. 2026년 9월 현재 기준으로 보면 물량과 가격에서 중국의 압승이다. 물량과 값이 곧 표준이 된다. 중국산 로봇이 세계 공장에 깔리면 그 운영체제와 부품 규격이 세계 표준이 된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2년에서 3년이다. 그 안에 한국이 정해야 할 일이 있다. 출발점은 부품이다. 감속기와 모터, 센서를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휴머노이드가 대체할 일자리를 산업별로 헤아리고 재교육과 안전망을 미리 짜야 한다. 군에서는 무인 지상 전력을 언제까지 어떻게 갖출지 시한을 정해야 한다. 이 가운데 지금 정부와 국회에서 시한을 붙여 논의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이미 제안한 바와 같이 KAI를 세워 항공산업을 일으킨 것처럼 대한민국 휴머노이드 공기업을 만들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2년 전 비틀거리던 로봇이 올해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렸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군병력이 아시아 일대 국가를 지정학적으로 압박하기 전에, 또 전 세계 노동자를 대체하기 전에 세계는 그에 대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중국 바로 옆에 있는 대한민국은 더 시급하다. 그런데 아무도 이 점을 주목하지 않는다. 

필자 주요 이력 

검사와 국회의원을 지낸 변호사이자 인공지능(AI) 분야 저술가이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검사·부장검사로 약 15년간 봉직했다. 제20대 국회의원으로(광주 북갑)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에서 의정활동을 펼쳤다. 법률과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제도적 대응을 연구하고 집필하고 있다. 대학과 기관 등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과 연구·업무 혁신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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