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발 긴축 파장] 금융권 조달비용 '경고등'…취약차주 부담 커진다

  • 은행채 1년물 연중 최고…연 4% 눈앞

  • 美 추가 인상 가능성에 긴축 장기화 우려

  • 금융사 조달비 압박에 차주 이자부담 불가피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AFP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미국발 긴축 장기화에 국내 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 대내 요인까지 겹치면서 금융회사의 신규 조달과 차환 비용이 높아지고, 취약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AAA급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연 3.96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11월 말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말과 비교하면 22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4bp 올랐다.

미국의 긴축 우려에 국내 물가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국고채와 금융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날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자체는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15~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데다 국내 물가와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은이 지난달 공개한 향후 6개월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의 중간값도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연 3.25%였다.

시장금리 상승은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차환하거나 신규 채권을 발행할 때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은행채 5년물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조달금리 상승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전업 카드사 8곳이 올해 4분기 중 만기를 맞는 채권 규모는 6조7900억원에 달한다.

여전채 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금융채Ⅱ 무보증 AA+ 3년물 지표금리는 지난 16일 연 4.589%로 1년 전보다 1.84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과의 신용스프레드도 33bp에서 54bp로 확대됐다. 카드사들이 이전보다 비싼 금리로 만기도래 채권을 차환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금융회사의 조달비용 상승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64%로 전월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문제는 추가 금리 상승을 감당해야 할 취약차주의 상환 여력이 이미 약해져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12만1095명에서 지난해 18만9062명으로 3년 새 56.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9만7199명이 채무조정을 받았다.

채무조정을 통해 빚을 갚고 있는 차주가 다시 생활자금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채무조정 성실상환자의 소액대출 신청은 1만4893건, 신청액은 470억1900만원으로 2022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 충격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카드·캐피털·저축은행 이용자에게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상승이 연체와 채무조정 증가로 이어지면 금융회사도 대손충당금 적립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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