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의 메디컬로드] 장 괴사까지 부르는 '탈장'… 국내 환자 5년 새 18% '쑥'

  • 고령층 환자에 집중, 60대 환자 가장 많아

  • "통증·구토 동반되면 응급 진료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배나 사타구니에 불룩한 덩어리가 만져지지만 누우면 사라진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장기가 복벽의 약한 틈으로 빠져나오는 '탈장'은 방치할 경우 장폐색이나 장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돌출 부위가 다시 들어가지 않고 심한 통증, 구토, 발열이 동반되면 장이 좁은 틈에 끼어 혈류가 차단됐을 가능성이 있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국내 탈장 환자는 2020년 8만8790명에서 2024년 10만4797명으로 약 18% 늘었다. 연령별로는 60대 환자가 가장 많았고 70대와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로 복벽의 근육과 조직이 약해지는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선천적으로 복벽 일부가 제대로 닫히지 않은 영유아에게도 탈장이 생길 수 있어, 나이와 관계없이 이상 증상을 살펴야 한다.
 
사타구니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 가장 흔해
 탈장은 장기를 지지하는 근육과 조직이 약해지거나 벌어진 틈으로 장이나 지방 조직 등이 돌출되는 질환이다. 대부분 복부를 감싸는 근육과 조직인 복벽에서 발생한다. 복벽의 약한 부위로 복막이 주머니처럼 밀려 나오고 그 안으로 장이나 지방 조직이 함께 빠져나오는 식이다.
 
가장 흔한 것은 사타구니에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이다. 이 밖에 허벅지와 아랫배가 만나는 부위에 생기는 '대퇴 탈장', 수술 흉터 부위가 약해져 생기는 '반흔 탈장', 배꼽 주변으로 장이나 조직이 빠져나오는 '제대 탈장' 등이 있다.
 
대퇴 탈장은 빠져나온 장이 좁은 틈에 끼어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감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장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끊기면서 조직 손상과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탈장은 선천적으로 복벽에 틈이 남아 발생할 수 있다. 노화, 복부 수술 후 조직 약화도 원인이 된다. 만성기침·변비로 반복적으로 힘을 주는 습관,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 임신, 복수 등으로 복압(배 안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경우에도 위험이 커진다.
 
"안 들어가는 덩어리… 통증·구토 땐 바로 병원으로"
 초기 탈장은 피부 아래에 작은 덩어리가 불룩하게 만져지거나 묵직한 불편감이 느껴지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서 있거나 기침할 때, 무거운 물건을 들 때처럼 배에 힘이 들어가면 돌출 부위가 더 뚜렷해진다. 반대로 누우면 돌출된 부위가 원래 위치로 들어가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덩어리가 점점 커지거나 누워도 들어가지 않는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돌출된 장이 탈장 부위에 끼면 심한 복통과 구역·구토, 복부 팽만, 발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장폐색 또는 장 괴사의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응급 평가가 필요하다.
 
탈장은 대개 의사가 돌출 부위를 살펴보고 만져보는 신체검사로 진단한다. 기침을 하거나 복부에 힘을 줄 때 덩어리가 커지는지도 확인한다. 신체검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거나 다른 질환과 구별해야 할 때는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다.
 
근본 치료는 수술… 재발·반흔 탈장은 더 정교하게
 탈장의 근본 치료는 수술이다. 빠져나온 장이나 지방 조직을 원래 자리로 되돌리고 약해진 복벽을 봉합하거나 인공막(메시)으로 보강한다. 탈장의 위치·크기, 복벽 상태, 이전 수술 여부,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 개복·복강경·로봇수술 중 치료법을 정한다.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은 작은 절개를 통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넣는 방식이다. 환자 상태와 탈장 형태에 따라 수술 후 통증과 회복 부담을 줄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로봇수술은 3차원 확대 영상과 관절형 기구를 활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정교한 박리와 봉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재발성 탈장과 반흔 탈장은 수술 난도가 높다. 이전 수술 탓에 해부학적 구조가 달라지고 장기나 조직이 서로 달라붙는 유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탈장학회(EHS) 가이드라인은 반흔 탈장 수술 후 재발률이 23~50%에 이를 수 있다고 제시한다. 수술 실패가 반복될수록 합병증과 재재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봉준우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탈장은 이전 수술 이력과 현재 복벽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환자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수술 후 통증 조절, 조기 보행, 일상 복귀, 재발 예방을 위한 생활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탈장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복부 압력을 반복적으로 높이는 요인을 줄여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변비나 만성기침이 계속될 때는 방치하지 말고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와 복부에만 힘을 주지 말고, 무릎을 굽혀 다리 힘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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