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사안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공문 한 장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공문이 누구의 판단으로 나갔고, 언제 중단됐는지까지 시간 순서대로 살펴봐야 한다.
확인된 사실부터 보면 경기도는 지난달 10일 도내 31개 시·군에 '옥외 행정용 게시대 게시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경기도지사 명절 인사와 9월 18일부터 26일까지라는 홍보기간이 적혀 있었고, 시·군에 게시 가능 여부와 장소를 회신해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일부 시·군은 실제 사용 가능한 게시대 숫자까지 파악해 회신했다. 공문이 발송됐고 추석 인사 현수막 계획이 검토됐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경기도의 설명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기도 대변인실은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8월 10일 공문은 당시 부서장 공백 상태에서 비서실과 협의하지 않은 채 담당부서가 명절 현수막 게시에 대비해 게시대 숫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발송됐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도 도정 홍보를 위해 31개 시·군의 사용 가능한 행정용 게시대 현황을 파악한 적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단 시점으로 경기도에 따르면 비서실이 이 사실을 파악한 것은 지난달 20일이었다. 비서실은 재정위기 상황에서 도지사의 명절 인사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중단을 지시했고, 담당부서는 다음 날인 21일 시·군에 유선으로 철회 사실을 알렸다.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은 9월 16일과 17일이다. 실제로 현수막 철회가 8월 21일 이뤄졌다면 언론 보도보다 20여 일 앞선다. 이 시간표가 맞다면 '언론 보도나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철회했다'는 해석과는 차이가 생긴다. 일부 보도에서도 도가 21일 시·군에 유선으로 철회를 통보한 사실 자체는 확인된다.
다만, 도지사의 이름을 사용하는 홍보업무는 사전에 명확한 보고와 판단 절차를 거치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재정위기 상황에서는 불요불급한 홍보부터 스스로 줄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민과 시·군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도정의 설득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결국 사실에 따라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번 현수막 논란 역시 추미애 지사를 감쌀 일도,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치적 의도를 덧씌울 일도 아니다. 공문 발송 과정에 행정적 허점이 있었다면 경기도가 바로잡으면 되고, 추 지사의 직접 지시가 아니었다면 그 사실 또한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경기도가 잘못한 것은 정확히 지적하되 하지 않은 일까지 책임을 씌워서는 안 된다. 팩트는 8월 10일 공문은 나갔고, 경기도 설명대로라면 비서실은 20일 이를 파악해 중단을 지시했으며 21일 시·군에 철회를 알렸다. 비판의 힘은 목소리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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