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넘나들지만…산업부, 10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등 중동 전쟁발 가격 압력이 다시 커졌지만 정부가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선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이 원유 도입비 부담을 일부 상쇄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19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되는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기존 9차 가격과 같은 L(리터)당 보통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한다고 18일 밝혔다.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에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부터 적용한 7차 최고가격을 유종별로 150원씩 내린 뒤 8~10차까지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8월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보였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이달 들어 다시 격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후티 반군이 홍해 인근 도시 등을 점거하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8달러, 두바이유는 12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2.4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휘발유는 배럴당 145달러, 경유는 201달러까지 올랐다. 8월 넷째 주와 비교하면 휘발유는 33달러, 경유는 47달러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정부는 최근 물가 부담과 환율 하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3.2%에서 7월 2.8%로 낮아졌다가 8월 다시 3.1%로 상승하면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차 최고가격이 결정된 지난 3월 넷째 주 1505원에서 이달 셋째 주 1358원으로 약 10% 하락했다. 중동산 원유 공식판매가격(OSP)도 지난 5월 배럴당 19.5달러의 웃돈이 붙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마이너스 2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실제 원유 도입비 부담은 최고가격을 인상했던 당시보다 크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국내 가격이 현재보다 휘발유는 L당 100원 이상, 경유는 350원 이상, 등유는 약 300원 높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균 0.6%포인트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격 통제로 석유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과 달리 주유소 소매판매량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휘발유가 2.1%, 경유가 8.4%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각각 1.2%, 8.8% 줄었다.

정부는 원유 수급에는 당장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한 물량의 90% 이상을 확보한 가운데 11월 도입 물량도 70% 이상 확보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파이프라인 피격으로 일부 선적이 지연되고 있지만 정유사들이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도 재가동된 상태다. 지난달 24일 비축유 스와프 재가동 이후 전날까지 580만 배럴에 달하는 스와프가 진행된 바 있다. 정부는 11월 중순까지 960만 배럴에 달하는 추가 스와프 수요가 빚업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필요할 경우 지난 4~6월 시행했던 운임 차액 지원을 9~12월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고 있다.

다만 최고가격제가 6개월을 넘겨 장기화하면서 손실보전 재정과 출구전략을 둘러싼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4대 정유사 등으로부터 이달 말까지 정산 자료를 제출받아 오는 11월 보전액을 산출하고 12월까지 이의 제기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기존 예비비 4조2000억원과 4분기분 1조4000억원 안에서 재정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9월 말까지 4대 정유사를 포함한 업계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토해 11월까지 정산액을 도출할 것"이라며 "다소 길어진 감이 있지만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부가 마련한 예산 안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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