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타인의 삶, 어떻게 담을까"…거장 이창동, 베니스 홀린 '가능한 사랑'의 질문

포즈 취하는 가능한 사랑 주역들 사진연합뉴스
포즈 취하는 '가능한 사랑' 주역들 [사진=연합뉴스]
'버닝'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거장 이창동 감독이 한국 영화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품고 금의환향했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 전혀 다른 두 세계의 충돌을 통해 창작자의 윤리와 인간의 숨겨진 욕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했으며, 전도연은 해외 일정으로 인해 화상 비대면으로 함께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의 삶을 렌즈에 담으려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부유한 남편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2009년 발생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파업, 그리고 강제 진압 사태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한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세계가 단순하지 않고 여러 복잡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데, 이를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이기도, 계급 간의 갈등이기도 하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나 태도,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특히 극 중 다큐멘터리를 찍는 예지(조여정 분)의 딜레마는 곧 이 감독 자신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이 감독은 "타인의 삶을 그리는 창작자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담아낼 수 있을까'는 평생 해온 본질적인 고민이자 아직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한 문제"라며 "그들의 삶을 단순한 얘깃거리로 소비하지 않고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나의 윤리적 고민도 영화에 함께 담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기자간담회  사진연합뉴스
영화 '가능한 사랑' 기자간담회 [사진=연합뉴스]

'가능한 사랑'은 개봉 전부터 전 세계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것. 이 감독으로서는 2002년 '오아시스'로 은사자상(감독상)을 거머쥔 이후 24년 만의 낭보다. 또한 제99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쏟아지는 글로벌 찬사에 이 감독은 "영광스럽지만 상은 결과물일 뿐이다. 자극적이고 쉬운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들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깊이 반응해 주셨다는 점이 가장 기뻤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베니스 월드 프리미어 당시 쏟아지는 기립박수에 벅찬 눈물을 쏟았던 설경구와 조인성의 비하인드도 공개됐다. 

설경구는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시니 고흥에서 촬영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며 완전히 몰입해버렸다. 한국에 와서 연락을 너무 많이 받아 창피했다"고 웃으며 "다행히 조인성이 옆에서 같이 울어줘서 위로가 됐다"고 말해 장내를 미소 짓게 했다.

믿고 보는 충무로 배우들의 밀도 높은 앙상블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파업 진압의 후유증으로 자아가 깨져버린 해고 노동자 호석 역의 설경구, 그의 곁을 치열하게 지키는 아내 미옥 역의 전도연은 '밀양' 이후 오랜만에 이 감독과 재회해 한층 깊어진 호흡을 선보였다.

전도연은 "과거 '밀양' 때의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작업이 쉽지 않을 거라 긴장했는데 오히려 힐링이 되는 편안한 현장이라 너무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에 이 감독은 "과거엔 정답을 배우가 쥐고 있다고 생각해 일부러 'OK' 사인을 안 내며 배우들을 괴롭혔지만, 이젠 고집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번엔 네 배우가 훌륭한 팀워크를 만들어줘 나 역시 마음을 놓고 편하게 작업했다"고 화답했다.

조인성과 조여정은 이창동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역의 조여정은 "타인의 인생을 탐하려 했던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묘사했다. 겉보기엔 다정하지만 알 수 없는 속내를 지닌 예지의 남편 상우 역을 맡은 조인성은 "돈에는 독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우는 자본가가 지닌 불편한 친절함을 내포하며 더 가지려는 욕심으로 균열을 만드는 인물"이라고 짚었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 후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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