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중지약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르면 내년 1분기 국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의약품이다. 국내 도입이 추진되는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로 구성된 복합제다. 일반적으로 '미프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약물은 미페프리스톤 단일 성분 의약품을 가리킨다.
임신중지약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활용한 약물적 임신중지 방법을 의료체계 안에서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임신중지약을 합법적으로 구하기 어려웠던 탓에 온라인을 통한 불법 유통이 이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알선 광고만 3189건에 이른다.
문제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했다. 텔레그램 오픈채팅이나 X 등 SNS에서 판매자를 찾고, 임신 주수를 알린 뒤 계좌로 돈을 보내 약물을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의약품의 출처나 보관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고, 정확한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안내받지 못한 채 약을 복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제도권 밖에서 이뤄진 거래인 만큼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미프진 도입 초기 2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처방하고 조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허가 심사 중인 제품은 임신 63일, 즉 9주 이내 사용하는 조건으로 신청된 상태다. 정부는 이후 안전관리 상황 등을 살펴 약국 조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단계적 도입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약이 들어온다고 해서 제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비롯해 미성년자와 취약계층 여성의 접근성을 어떻게 보장할지, 의료진의 처방과 조제 과정에서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약을 복용한 이상 증상이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응급의료와 사후관리를 어떻게 연계할지도 구체화해야 한다.
사용 기간을 9주 이내로 설정한 기준도 향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현재 국내 허가 신청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9주 이내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 WHO는 약물적 임신중지와 관련해 임신 주수에 따른 방법과 의료적 관리 기준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의약품 허가뿐 아니라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도 논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제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남아 있다. 정부는 초기 2년간 병원 내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삼았지만 향후 약국 조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실제 약사단체에서도 임신중지약의 약국 조제와 관련한 입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의약품 조제 과정에 관여한 과거 사례까지 고려하면 처방과 조제의 주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임신중지약 도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약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 만으로 제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임신중지의 법적 기준부터 의료진의 책임 범위, 복용 이후 이상 증상에 대한 응급의료와 사후관리까지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약이 제도권에 들어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환자의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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