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영하'(강기영 분)의 현실적인 쓴소리와 동생 '예린'(김시아)의 든든한 지원에도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인 취업 준비생 '석환'(구교환 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면접을 망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석환'은 낯선 이들의 습격을 받고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죽은 지 72시간 뒤, 아무렇지 않게 눈을 뜬 '석환'.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잠시, 그의 존재를 알아챈 의문의 인물 '블랙'(신승호 분)의 추격이 시작된다. 하지만 '석환'은 부활을 거듭하며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부활남: 더 레드'는 '뷰티 인사이드' '독전 2' 등에서 감각적인 비주얼과 개성 있는 연출을 선보여 온 백종열 감독의 신작이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독전' '아가씨' '럭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완성도를 입증해 온 제작사 용필름이 제작을 맡았다.
백 감독의 장기는 석환이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활용해 가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느닷없이 죽었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는 황당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액션이 시작되면 거침없이 속도를 높인다. 죽을수록 강해진다는 설정은 자칫 반복적인 전개로 흐르기 쉽지만 석환의 신체 능력과 전투 방식을 매번 새롭게 활용해 타격감을 끌어올린다. 부활을 거듭할수록 붉게 물드는 석환의 머리칼처럼 액션 역시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른다. 여기에 '뷰티 인사이드'와 '독전 2'에서 보여줬던 백종열 감독 특유의 색감과 리듬감이 고스란히 이어지며 영화 전체를 한층 스타일리시하게 만들고 오락성을 배가시킨다.
무엇보다 영화는 캐릭터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평범한 취업 준비생부터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악역까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또렷하다. 특히 석환은 기존 히어로들과 확실히 다른 결을 지녔다. 목숨이 오가는 순간에도 특유의 너스레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 진지해야 할 찰나조차 기어이 농담을 툭 던지며 극의 경쾌한 리듬을 최전방에서 이끈다.
이같은 리듬의 중심에는 배우 구교환이 있다.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재기 발랄한 에너지로 석환의 매력을 한껏 살린 그는 고강도 액션까지 거침없이 소화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만화적인 캐릭터나 설정 요소들도 구교환을 만나면 그럴듯한 현실감을 얻으며 영화 톤의 중심을 잡는다. 이번 작품의 수확은 구교환의 반대편에 선 '블랙' 역의 신승호다. 낮게 깔린 목소리와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태도는 석환의 부산스러운 에너지와 대비를 이루며 팽팽한 긴장을 만든다. 신승호는 '부활남: 더 레드'가 건져 올린 또 하나의 발견이기도 하다.
이렇게 캐릭터가 보는 재미를 이끄는 영화답게 구교환·강기영·김시아 세 사람이 빚어내는 호흡도 이 영화의 확실한 장점이다. 석환을 중심으로 영하, 예린이 만들어내는 티격태격한 호흡에 강기영 특유의 생활감 넘치는 코믹 연기와 김시아의 야무진 연기가 더해지며 극에 활기를 더한다.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이들의 관계만큼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더 반갑다.
'부활남: 더 레드'는 자신이 어떤 영화인지 정확히 아는 작품이다. 거창한 세계관이나 무거운 사명감 대신 오락 영화가 감당해야 할 본질적인 즐거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역설적으로 아주 한국적인 디테일에서 나온다. 취업 전선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는 처지, 잔소리를 퍼부으면서도 곁을 지키는 절친, 철없는 오빠를 걱정하는 동생까지. 석환을 둘러싼 관계는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거대한 세계관이 채워주지 못하는 자리를 대신 채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스크린이 던지는 쾌감을 마음껏 즐기면 그만이다. 본분을 다하는 영리한 팝콘 무비가 남기는 시원한 뒷맛,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에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부활남: 더 레드'는 9월 3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01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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