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빈도매매(HFT)에 대해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지난 28일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고빈도 매매의 적절한 규율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HFT 규제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HFT 관련한 문제제기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란 지적도 나온다.
HFT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대량 주문을 반복해서 낼 수 있는 거래 형태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1초당 수천번의 매매 주문이 가능하다. 대부분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이용한다. 이 HFT와 관련해선 올해 초부터 여러 문제가 제기돼왔다. 전체 거래에서 HFT 거래 비중이 과도한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모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2266개 HFT 계좌에서 발생한 거래대금은 약 3927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거래대금 6797조원의 58%에 이른다. 시장 거래의 절반 이상이 HTF 주문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HFT를 무조건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촘촘한 호가를 제공해 유동성을 높이고 매매 비용을 낮추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널리 인정된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어떤 주체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당국조차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규율 장치는 사실상 없다. 실태를 정확히 모른 채 규제의 필요성과 수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한계에 부딪힌다.
더군다나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에선 이 같은 HFT의 폐해가 커질 수 있다. 지난 6~7월의 경험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반도체 업종 쏠림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확대가 겹치며 HFT 거래가 폭증했고, 변동성이 커진 뒤 급격한 조정이 뒤따랐다. HFT가 조정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레버리지 상품과 초단타 매매가 맞물릴 때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사례가 보여줬다. 당국이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선 할 일은 실태 파악이다. 계좌별 거래 규모와 주문 정정·취소 비율, 투자자 유형별 손익, 시장 충격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공개해야 한다. 특히 외국계 HFT 업체가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정상적인 유동성 공급과 시장 교란 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가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해외 사례와 시장 영향을 충분히 따져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HFT를 무조건 억누르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시장의 절반을 넘나드는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공정한 시장을 말하기 어렵다. 금융당국과 국회, 거래소는 규제 논의에 앞서 HFT의 실태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규율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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