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무역통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격화된 이후 9개월간 중국의 대(對)미 수출은 약 20% 감소했다. 2018년 1차 미중 무역분쟁 당시 관세부과 이후에도 중국의 대미 수출이 상당 기간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변화의 속도는 훨씬 빠르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던 상품의 일부를 다른 국가에서 조달하고, 기업들도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분산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생산과 교역구조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은 그다음이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생산만큼 중국의 공급망도 함께 줄어들고 있을까? 최근 흐름을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25년 초부터 중국에서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로 향하는 중간재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이후 수출을 목적으로 한 생산의 일부가 중국 밖으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동안 중국의 대미 수출은 크게 감소한 반면, 대아세안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2026년 8월 기준, 아세안은 중국 전체 수출의 약 19%를 차지하고,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1% 증가한 점을 봤을 때, 중국 밖에서 새로운 생산거점이 성장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필요한 소재와 부품은 다시 중국에서 공급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이나 태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단순한 우회수출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중국산 중간재 사용이 늘어난 것과 함께 아세안 자체의 생산과 부가가치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세안 수출에 포함된 중국의 부가가치가 늘어남과 동시에 아세안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만들어내는 자체 부가가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분업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아세안이 중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성장하면서도 중국산 소재와 부품과의 연결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그동안 탈중국을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베트남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면 생산기지의 탈중국은 분명 이루어진 것이나 그 공장에서 사용하는 소재와 부품, 장비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중국에서 가져온다면 공급망까지 중국을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공장이 어느 나라에 있는가와 그 공장이 어떤 공급망을 통해 움직이는가는 다른 문제이고, 탈중국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놓쳐 온 부분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중국의 역할 자체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에서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이른바 세계의 공장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국가의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를 공급하는 역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아세안과 멕시코, 캐나다로 향하는 중국의 중간재 수출이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전보다 늘어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이 직접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줄더라도 다른 국가의 생산과정에 중국산 소재와 부품이 더 많이 들어간다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까지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중국과 아세안 간 교역과 투자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다. 2025년 기준, 중국과 아세안 간 교역액은 9,1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고, 중국의 대아세안 직접투자도 262억 달러에 달했다. 아세안이 탈중국과 차이나 플러스 원의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성장하는 동안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두고 탈중국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중 간 교역이 둔화되고 중국 밖 생산거점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변화는 중국과의 연결이 사라지는 것이라기보다 생산은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는 반면, 중국은 중간재 공급과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새로운 생산 네트워크에 계속 참여하는 모습에 가깝다. 결국 탈중국의 정도를 공장의 위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뒤에 연결된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도 이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동안 공급망 다변화라고 하면 중국에 집중된 생산을 베트남이나 인도, 멕시코 등으로 옮기는 것을 먼저 생각해 왔고, 실제 우리 기업들도 중국 밖에서 새로운 생산거점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생산거점을 옮겼다고 해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까지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은 어디에서 오는지, 생산에 필요한 장비는 누가 공급하는지, 현지 생산과정에서 중국기업과 중국자본이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중국과 오랫동안 촘촘한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탈중국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생산거점의 이동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공급망의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중국산 중간재를 모두 다른 국가의 제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느 산업과 품목에서 중국 의존도가 실제로 줄고 있는지, 반대로 어느 부분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남아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필자 주요 이력
△ 중국인민대학 경제학 박사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한중사회과학학회 사무국 사무국장 △중국지역연구 편집위원회 편집국장 △(주)한스글로벌타운 대표이사 △한남대학교 중국경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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