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흔든 CXMT 쇼크…과장인가 위협인가

최근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동 분쟁 격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국채 금리 급등, AI 업계의 가성비 전략 확산 등 악재가 겹치며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맹추격도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창신메모리(CXMT)의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9.5%로, 지난해 2분기(4%)보다 2배 이상 늘었다. 2023년 1%대에 머물렀던 점유율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생긴 범용 D램 시장의 빈틈을 CXMT가 파고든 결과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CXMT가 지난 10일 4F스퀘어(4F²)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서버용 D램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4F² 구조는 메모리 셀 면적을 기존(6F²)보다 33% 줄이는 설계 기술이다. 이를 완성하면 데이터 처리 능력과 전력 효율은 물론 생산성까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당초 중국 반도체 기업은 한국 대비 D램에선 1~2년,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선 3년 이상으로 기술력이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중국이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에 번졌다. 13일 SK하이닉스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하는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CXMT 발표는 과장"…HBM 기술 격차 여전해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XMT의 발표가 과장된 마케팅에 가깝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제품 사양이나 명확한 양산 시점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제품 성능·수율·원가 경쟁력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F² 구조 역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선도 기업은 오래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하며 특허를 확보해 왔다. 아직 양산에 적용하지 않는 것은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극도로 어려운 수율 확보 문제와 막대한 생산 원가 부담 탓에 상용화의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제재로 최첨단 D램·HBM 제조에 필수적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단기간에 고성능·고수율 제품을 대량 양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도 이번 CXMT 쇼크가 최근 과열됐던 반도체 주가의 차익 실현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위협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미즈호증권의 조던 클라인 TMT 전문 애널리스트 역시 CXMT의 주장을 반박하는 7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지적했다.

80%에 육박했던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AI 인프라 투자 역시 전력망 부족과 자본 투입 한계 등 현실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주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CXMT의 발표가 시장을 크게 흔든 것도 누적된 경계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CXMT의 발표가 당장 업황을 바꿔 놓는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CXMT의 차세대 D램 양산 선언이 실제로 입증될지는 향후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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