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검정에서 불합격한 기상관측장비 177대가 재검정 없이 사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정 유효기간이 지난 장비 수백 대도 계속 기상관측에 사용돼 예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상청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기상예보와 채권관리 등 기상청의 내부통제체계를 점검해 판정 1건, 주의 3건, 통보 1건, 모범사례 1건 등 총 6건을 통보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232개 관측기관이 운영하는 온도계·기압계·습도계·풍향계·풍속계 등 기상관측장비는 모두 2만1533대다. 이 가운데 75.8%인 1만6325대는 기상청이 아닌 유관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관측기관은 장비를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 형식 승인과 검정을 받은 뒤 모델명과 제조번호, 검정일자 등 주요 정보를 관측메타데이터시스템(OMDS)에 입력해야 한다. 기상청은 이를 토대로 검정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검정에서 불합격한 장비에 사용 중지 또는 재검정 등을 권고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전체 관측장비의 34.4%인 7402대는 OMDS에 주요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정에서 불합격한 뒤 재검정을 받지 않고 비정상적인 상태로 운영된 장비도 177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87대는 OMDS에 주요 정보조차 등록되지 않았다.
검정유효기간이 지난 장비에 대한 관리도 부실했다. OMDS에 등록된 유관기관 소관 장비 8936대 가운데 343대는 검정유효기간이 지난 상태였으며, 이 가운데 325대(94.8%)가 재검정 없이 기상관측에 계속 사용됐다. 기상청은 이들 장비에 사용 중지나 재검정 등을 권고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유효기간이 지난 장비 343대 가운데 75대를 표본으로 선정해 현장을 점검한 결과 인천 부평구 등 13개 기관의 장비 39대가 검정유효기간을 최소 4일에서 최대 1599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읍시 등 5개 기관이 운영하는 장비 11대는 당초부터 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관측에 사용되고 있었다.
감사원은 검정기준에 미달하거나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은 장비에서 생산한 부정확한 관측자료가 예보에 활용될 경우 기상예보의 신뢰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상청장에게 관측기관들이 누락된 장비 정보를 OMDS에 입력하고, 검정유효기간이 지난 장비를 재검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검정기준에 미달한 장비가 계속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주의도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기상청이 공사 하도급대금을 잘못 지급해 국가에 8370만원의 손해를 끼친 사실도 적발했다. 수도권기상청은 2017년 12월 한 업체와 총 37억5000만원 규모의 청사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원도급자, 하도급자와 직불합의서를 체결해 하도급대금을 하도급자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대금 지급 담당자와 과장은 하도급자의 기성 내역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하도급대금 8370만원을 원도급자에게 지급했다. 담당자는 당시 원도급자의 공사대금 계좌가 재정 악화로 압류된 사실을 알고도 해당 계좌로 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자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수도권기상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수도권기상청은 패소해 2022년 12월 같은 금액을 하도급자에게 다시 지급했다.
감사원은 공사대금을 잘못 지급해 국가에 손해를 끼친 책임을 물어 담당자와 과장이 각각 5859만원과 2511만원을 변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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