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北 도발엔 저자세, 위협엔 신중론…억지력은 어디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지난 19일 “대(對)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에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거리를 둔 우리 정부를 향해 북한이 역공에 나선 것이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문제 삼더니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도발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는 적반하장식 태도다.

이번 김여정의 공세에는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저강도(low-key) 대응도 한몫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DMZ 지뢰 폭발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와 공동 조사하고 과학적 분석을 거쳐 내린 결론이다. 우리 군 장병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 명백한 도발인데도 군 당국은 유의미한 상응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군의 미온적 대응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이번 사건을 ‘불의의 사고’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군 통수권자의 기조를 거슬러 군이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유화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조사 결과를 부인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까지 거론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는 낮은 수위로 대응하면서 위협에는 신중론만 앞세운다면 억지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긴장 관리와 북한의 위협에 끌려다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협한 만큼 우리 정부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포함한 상응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수단을 스스로 포기한 채 일방적인 자제만 강조해서는 도발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재개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경고가 될 수 있다.

여론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우호적이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북한 도발 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1.0%였다. 물론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과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도 따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북한의 위협 앞에서 대응 수단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이유는 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했고, 군 당국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10주년이던 지난해 8월부터 고정형 확성기를 철거했다. 남북 간 긴장을 낮추려는 판단이었겠지만 대화와 긴장 완화는 상대의 호응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북한이 이를 선의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압박의 기회로 삼는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명확한 대응 원칙을 세우고, 정부는 일관된 메시지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 재개로 위협한다면 우리도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질적인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 평화는 일방적인 자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은 말로 내세우는 평화가 아니라 도발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단호한 의지와 실질적인 대응 능력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