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이라는 같은 위협을 마주한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을 두고 양국이 맺은 비공개 약속을 우크라이나가 깼다는 이유에서다.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해 1월이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 2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월 11일, 이 사실을 공개했고, 부상한 두 사람은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조사받았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보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북한 병사가 전장에서 붙잡힌 것은 처음이었다. 북한이 물자 지원을 넘어 병사의 목숨까지 걸고 전쟁에 개입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이후 두 포로가 한국행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데려올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우선 절차가 문제였다. 헌법 제3조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지만, 포로의 신병은 우크라이나가 쥐고 있었다. 신원과 자발적 귀순 의사를 확인하려면 양국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했다.
보안도 걸림돌이었다. 한국행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에 남은 가족이 보복당할 수 있다. 양국의 이해관계도 달랐다.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포로는 북러 협력을 국제사회에 알릴 강력한 카드였던 반면, 한국은 북한과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데려오길 원했다.
이 균열은 지난 9월 터졌다. 정부에 따르면 두 포로는 9월 중순 한국에 도착했다. 문제는 공개 방식이었다. 정부는 이송 과정을 비공개로 하기로 우크라이나와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실무 협의는 있었을 수 있지만, 공식 문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사 소환이라는 강수를 뒀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얻는 북한군 전술과 북러 협력 정보가 한국군에 중요한 자산인 만큼, 신뢰 훼손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출발한 석유제품이 러시아로 흘러갔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영국의 가디언에 따르면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7~8월 울산·여수 등 한국의 여러 항구에서 17만6000t 이상의 석유 제품이 선적됐다며, 7척의 유조선이 이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14차례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유시설에 드론 공격을 이어 가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민간 거래로 팔린 제품이 제3자를 거쳐 러시아로 넘어갔다면, 이를 한국 정부의 러시아 지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 간 손님이 그 기름을 어디에 넘기는지까지 주유소 주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석유 제품 자체가 반도체처럼 대러 제재 품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최소한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는 제재 대상 선박이 입항했다면 허위 목적지 신고 여부 등을 추적·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살상무기 지원을 둘러싼 입장 차도 크다. 우크라이나는 155㎜ 포탄과 자주포, 방공 체계 등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한국의 방산 역량을 절실히 원한다. 반면 한국은 러시아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한국이 살상 무기를 보내면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속히 나빠지고, 러시아가 상응 조치로 북한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이나 핵잠수함 기술 등 핵심 군사 기술을 북한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한국 정부는 오늘 추가 조치를 단행했다.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에 이어 우크라이나 공관원 일부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정부가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데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사과를 거부해 추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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