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수 나선 CJ·신세계... 창업주 후손들이 '투자자'로

  • 이병철 창업주 손자·외손녀 공동 투자…27년 만에 다시 연결된 인연

  • 삼성은 본업 집중에 불참…CJ·신세계는 창간 정신·사업 시너지 강조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설립한 중앙일보 인수전에 CJ그룹과 신세계가 참여하면서 범삼성가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이 창업주의 손자인 이재현 CJ 회장과 외손녀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 측이 손을 잡았지만 정작 삼성그룹은 이번 인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뿌리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창업주의 유산을 놓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중앙일보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우키움·CJ 컨소시엄에 지분 투자자로 합류했다. 다우키움은 당초 단독으로 인수를 추진하다가 본입찰을 앞두고 CJ와 손잡았으며, 여기에 신세계까지 가세했다.
 
이번 인수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일보와 범삼성가의 역사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이 창업주가 1965년 창간한 신문이다. 아들인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1968년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의 이사로 선임돼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삼성그룹 계열사였다가 1999년 계열분리 되면서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 일가가 경영을 맡아왔다. 유동성 위기 여파로 중앙일보가 매물로 나와 27년 만에 소유 구조가 다시 바뀌는 과정에서 창업주 후손들이 투자자로 등장한 것이다. 

이재현 회장은 이 창업주의 장남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고,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이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딸이다. 이 총괄회장은 평소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세운 중앙일보에 각별한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와 신세계는 모두 삼성에서 갈라져 나와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 참여를 두고 사업적 판단과 별개로 선대가 세운 언론사의 역사적 상징성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 창업주가 세운 신문사를 외부에 온전히 넘기지 않으려는 집안 차원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삼성은 이번 인수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삼성은 중앙일보 인수를 처음부터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경영 기조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과거 영상사업단을 운영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관련 사업을 정리하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거리를 둬 왔다.
 
CJ는 선대의 창간 정신을 공식적인 참여 이유로 내세웠다. CJ 측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창간 정신을 이어가고 미디어콘텐츠, 물류, 광고 등 사업적 시너지 등을 고려해 공동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CJ는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이미 중앙일보 지분 9.24%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CJ ENM을 중심으로 방송·영화·음악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을 하는 CJ에는 중앙일보의 뉴스·디지털 콘텐츠, 광고·배송망 등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
 
신세계의 셈법은 다르다. 경영권 확보보다는 지분 투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 측은 “중앙일보의 고유한 정체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당사의 프리미엄 문화플랫폼·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등과 연계해 양사가 시너지를 창출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뷰티 사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미디어 브랜드와 문화 콘텐츠를 기존 유통 플랫폼에 접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앙일보 인수 작업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5000억원 안팎의 인수가격이 거론되는 가운데 컨소시엄 참여 기업 간 출자 비율과 경영 참여 범위 등은 향후 협의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인수 이후 중앙일보의 경영 안정화와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CJ는 편집권 독립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CJ와 신세계가 중앙일보 인수에 함께 나섰다는 점은 범삼성가의 역사적 인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다만 인수 이후에는 각사의 사업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중앙일보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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