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억 달러(약 6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하는 글로벌 동양의학 시장을 두고 정부가 말로는 세계 진출을 독려하면서 발밑의 사다리는 치워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한의약진흥원을 향한 정부의 냉소적인 예산 편성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김태호 의원(국민의힘)은 "정부에선 한의약에 대해 '세계로 쭉 뻗어나가라'고 하면서 정작 예산을 보면 '그냥 집에나 있어라'는 것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며 한의약 해외진출·개발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경위를 보건복지부를 향해 강하게 질타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개별 기업이나 의료기관이 스스로 넘기 힘든 국가별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간 협력(G2G) 채널을 가동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묵묵히 땅을 고르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예산 전액 삭감으로 그동안 진입을 준비해 온 민간 기관과 기업들의 노력마저 공중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예산 절감 기조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도 전면 역행한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 따르면 한·중·일 동양의학 시장 규모는 2024년 2472억 달러에서 2033년 4500억 달러로 연평균 6.9%씩 급성장할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전통의학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를 경고하며 글로벌 주도권 다툼을 예견한 바 있다.
외부에서는 거대 시장이 열리는 골든타임에 정작 한국 정부만 지원줄을 바짝 죄고 있고 내부에서는 해외 보건당국과의 협력 물꼬를 트고도 정작 사업을 추진할 실탄이 없어 발만 굴러야 하는 애환이 깊어지고 있다.
고호연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은 국감장에서 "일부 사업이 통합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출 지원과 G2G 방안을 모색하고 더 열심히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정부 예산당국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내기 힘든 현실적 어려움을 내비쳤다.
김태호 의원(국민의힘)은 "예산 절감은 성과 없는 지출을 줄이는 일이지, 실제 성과를 낼 기회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며 종합감사 전까지 복지부와 협의해 실질적인 예산 복원과 지원 대안을 제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의약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연속성 있는 정책 예산이 필수적인 만큼 세계화의 기로에서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복지부와 예산당국의 즉각적인 정책 복원과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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