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Indonesia Story] 39세 印尼 부통령 이번엔 학력 논란 …그의 거취는 법이 아닌 정치가 좌우

김형준 강원대 문화인류학과교수
[김형준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2024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 프라보워 현 대통령과 함께 출마하여 현재 부통령직을 맡고 있는 인물은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이다. 중부 자바에서 1987년 출생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공부했으며, 영국 브래드퍼드(Bradford)대학으로부터 마케팅 전공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그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케이터링 업체를 설립하여 사업을 시작했고, 외식업으로 영역을 넓혀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했다. 30대 초반에 이미 220억 루피아, 우리 돈으로 20여억 원의 재산을 신고할 정도로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

사업이 안정되자 그는 정치권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20년 자신의 고향인 인구 50만 명 규모의 도시에서 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시장 재임 기간 활발한 시정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말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되었으며, 2024년 10월부터 부통령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적·사업적·정치적 이력을 놓고 본다면 기브란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유망 정치인이다. 나아가 2029년으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서 그가 부통령을 넘어 더 큰 정치적 역할을 맡으리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력에 한 가지 사실을 추가하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네시아를 통치한 조코위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기브란의 삶의 궤적에서 조코위의 흔적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그가 설립한 케이터링 업체는 조코위가 소유한 결혼식장에서 사업을 운영했다. 시장 선거 역시 조코위가 두 차례나 시장을 역임한 지역에서 치러졌다. 당시 조코위가 대통령으로 재임했기 때문에 다른 정당은 그에 맞설 후보를 내세우지 않았다.
2023년 대선 정국에서 기브란은 부통령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최소 나이인 40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보 등록 시기를 목전에 두고 헌법재판소가 독특한 판결을 내렸다. 최소 나이를 40세로 규정한 기존 조항은 유지하면서도, 선거를 통해 공직에 선출된 경력이 있는 후보에게는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을 주도한 헌법재판소장은 기브란의 고모부, 즉 조코위 여동생의 남편이었다. 판결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자 그의 고모부는 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판결 자체는 유효했고, 기브란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전도유망한 젊은 정치인으로 비치는 기브란의 이력 뒤에 조코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부통령 취임 후 기브란의 활동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이는 그만의 책임이 아니며, 인도네시아 정치 구조에서 부통령이 갖는 지위와 권한의 한계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여기에 역대 대통령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강한 자기주장을 펼치는 프라보워의 행보가 더해지면서, 기브란의 정치적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던 지난 10월 초, 기브란이 갑자기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 계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으며, 문제가 된 점은 나이가 아닌 학력이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후 기브란의 학력은 논란거리였다. 처음 문제가 된 측면은 대학 졸업장에 기재된 성적 등급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그의 등급이 위에서 세 번째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업 성취도를 조롱했다. 이는 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인에 대한 공세 정도로 받아들여졌고, 정치적 쟁점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기브란에게 불만을 품고 그의 자질을 문제 삼는 세력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부통령 취임 후에도 기브란의 학력 논란은 이어졌고, 문제의 초점이 점차 고등학교 졸업 자격으로 이동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고등학교 학력을 문제 삼는 일은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슈는 나이 제한 못지않게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이 후보자의 필수 자격 요건으로 고등학교 졸업 또는 그에 상응하는 학력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브란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하던 이들은 그가 시장 후보로 출마할 당시 제출한 학력 관련 서류의 공개를 요구했다. 이 자료가 공개되자 논란은 더욱 확대되었다. 호주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했음을 보여주는 수학 증명서와 성적 관련 자료는 있었지만, 고등학교 학력 취득을 입증할 졸업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기브란의 학력 요건 충족 여부를 다투는 청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심리는 한 달여 만에 마무리되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헌법재판소는 대선 관련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에게 한정된다는 점을 들어, 청원인에게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표면적으로는 2023년 판결에 버금갈 만큼 기브란에게 유리한 결과였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예상 밖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브란이 고등학교 졸업에 상응하는 학력을 취득했음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청원인의 법적 자격만을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 당국 관계자, 해외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교육 담당관 등의 증언을 청취했다. 이러한 심리가 이루어진 배경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프라보워 집권 후 헌법재판소 재판관 5명이 교체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판결 후 기브란에 대한 공세는 한층 거세졌다. 비판 세력은 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에 심각한 결함이 드러나고 도덕적 정당성이 훼손된 만큼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판이 확산하자 논란은 기브란 개인을 넘어섰다. 그의 출마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여러 의혹이 다시 부각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정치, 행정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시장 후보로 출마할 당시 기브란이 제출한 서류에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신속하게 그의 후보 자격을 인정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후보자의 허위 학력 증명서가 계속 문제시되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심사 과정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2023년 부통령 후보 등록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가한 예외 조항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해외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보자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증명서 제출을 면제할 수 있다는 이 조항은 기브란의 학력 문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의혹을 불러왔다.

기브란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후보자 자격 검증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정치적 이해관계 앞에서 어떻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 특히 조코위의 정치적 영향력과 결부되면서, 기브란의 사례는 국가 기관과 제도가 특정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자의적으로 유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결국 문제는 국가가 유력 정치인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비판 세력은 기브란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후보 자격에 중대한 하자가 드러난 만큼 국회가 그 책임을 물어 탄핵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 역시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주요 정당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신중함에는 여론의 향방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프라보워의 의중을 살피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프라보워는 원론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본다면, 기브란이 부통령직을 유지하는 현 상태가 유리할 수 있다. 2029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지금이라도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비아냥거림이 시사하듯, 이번 판결은 기브란의 향후 정치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프라보워로서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직접 제거하지 않고서도 정치권에서 배제해 버리는 결과를 손쉽게 얻은 셈이다.

시민사회의 요구가 거세져 국회가 탄핵 절차에 착수하는 상황은 프라보워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신이 탄핵 대상은 아니지만, 국회의 활성화된 활동이 미칠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이 그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가 중재와 조정에 나설 여지가 확대되고, 그의 정치적 협상력과 주도권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브란의 거취는 법적·도덕적 책임이 아닌 정치 세력 간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정치적 이슈로 전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공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사법부가 형식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 정의를 구현하며 국가 제도의 책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만으로 인도네시아 사회의 투명성이나 도덕성의 변화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 대응의 중심축이 정치 세력 간 타협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제도적·도덕적 정의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이를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정치권 사이의 간극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인류학과(학사·석사 수료) ▷호주국립대학(박사)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전 강원대 사회과학원 원장 ▷전 한국동남아학회 회장 ▷인도네시아 팟자드자란 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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