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부전자전 '결과 부정'…전세계 유행처럼 번지는 '선거 불복'

  • '부전자전' 선거 불복… 4년 전 아버지 이어 아들도 "선거 무효"

  • 승복 없는 민주주의...각국 정치권서 유행처럼 번지는 '선거 불복'

'부전자전' 선거 불복… 4년 전 아버지 이어 아들도 "선거 무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 사진EPA연합뉴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 [사진=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51.8%의 득표율로 4선을 확정 지었다. 그러나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선거 당일 대법원의 투표 마감 시간 2시간 연장 결정을 문제 삼아 "경기 도중 규칙이 바뀌었다"며 선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이날 투표 시간 연장 결정에 대해 "브라질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표소가 다시 열리지 않은 주에서 내가 얼마나 더 득표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게 됐다"며 "지역에 따라 유권자들을 차별대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선거 당일인 이날 오후 룰라 선거캠프가 일부 주에서 대중교통 배차 등 문제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투표 시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룰라 캠프가 대중교통 문제를 호소한 곳은 룰라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자 좌파 성향이 강한 북동부 바이아주와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상파울루주 등이다.

이러한 요청에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원래 오후 5시였던 결선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7시로 2시간 연장했다.

크리스치아누 자닌 연방대법관은 투표 연장 조치가 문을 닫지 않은 투표소에만 적용됐으며, 이미 마감된 상당수 투표소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닌 대법관이 과거 룰라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하다가 대법관으로 지명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보우소나루 캠프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다만 보우소나루 캠프 역시 악천후 등을 이유로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일부 주의 투표 시간 연장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우소나루 의원의 반발에도 선거 당국은 투표 결과를 그대로 확정했다.

카시우 누니스 마르케스 고등선거법원장은 막판 시간 연장 요청이 개표 과정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최종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으며, 외부 개입 역시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선거 결과 무효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선거 당국과 연방대법원, 상·하원의장들도 이미 결과를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보우소나루 캠프 역시 자체적으로 투표 연장을 요청했던 사실 등이 소송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승복 없는 민주주의...각국 정치권서 유행처럼 번지는 '선거 불복'
 
선거 불복 그래픽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선거 불복 그래픽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행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플라비우 의원의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역시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전자투표기 조작설을 제기했다. 이는 지지자들의 정부 청사 난입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그는 쿠데타 모의 혐의 등으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아 현재 가택연금 중이다.

'선거 불복'의 원조 격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도둑맞은 선거(Stolen Election)'를 주장하며 소송전과 여론전을 벌여 2021년 미 의사당 난입 사태를 촉발했다. 그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패배가 점쳐지자, 지난 14일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공화당 지지 지역의 투표 기기가 고장 났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며 또다시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2025년 11월 30일 대선을 치른 온두라스에서는 선관위가 나스리 아스푸라의 당선을 선언하자,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선관위가 4,774건의 개표 기록을 부당하게 누락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2026년 6월 페루 대선 결선투표에서도 우파 케이코 후지모리의 승리가 근소한 차이로 확정되자, 낙선한 좌파 로베르토 산체스는 "해외 투표를 제외하면 내가 이겼다"며 재외국민 투표 무효를 요구했고 "부정이 진행 중"이라며 끝내 승복하지 않았다.

이처럼 선거에서 지고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국경을 넘어 하나의 전략처럼 굳어지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의 크리스토퍼 앤더슨 교수는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승자가 아니라 '패자가 결과에 동의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승복이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패배를 인정하기보다 '사기'나 '규칙 왜곡'으로 치부하는 불복이 일상화되면서,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이양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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