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연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지만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연구 개념을 만들어내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AI로 줄인 시간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한국공업화학회 추계 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는 기존 연구 활동을 가속화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며 연구자들이 AI로 단순 조사와 반복 작업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새로운 연구에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AI가 바꾼 연구 환경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30대 연구자였을 때는 아이디어 하나를 검토하려고 도서관에서 관련 문헌을 찾는 데 3일 정도가 걸리기도 했다"며 "지금은 AI를 이용하면 이런 조사를 몇 분 만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기본자세로 운·둔·근을 꼽았다. 그는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회"라며 "평소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하고 많은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을 머릿속에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렇게 쌓인 개념과 지식이 어느 순간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둔에 대해서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새로운 이론이 나오면 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려면 기존 이론이 정말 옳은지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은 한번 시작한 연구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탐구하는 끈기라고 했다.
그의 연구 출발점도 당장 쓸모없어 보이던 연구였다. 기타가와 교수는 처음 연구를 시작한 일본 긴키대에서 배위화학을 연구했다. 당시에는 실용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연구를 이어가면서 금속과 유기 분자가 연결되는 네트워크 구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타가와 교수는 "학생들과 결정 구조를 분석하던 중 한 학생이 구조 내부에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것이 다공성 구조와 금속유기골격체(MOF) 연구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분자들이 모여 구조를 이루는 '집합'과 구조 안에 생기는 '공간'이라는 두 개념을 지금도 의식하며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기초연구와 중점연구를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기초연구에서는 새로운 개념과 이론이 탄생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연구에 단기 성과를 요구하거나 결과 보고서를 자주 내게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연구가 처음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초연구에서 중요한 성과가 나오면 이를 빠르게 발굴해 중점연구로 키우고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과학기술 협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모두 천연자원이 부족한 만큼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자원 의존성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양국 간 연구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고 정부 차원에서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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