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언론인]
인구소멸과 지역소멸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농어촌은 버려진 폐농어자재로 더욱 더 을씨년스럽다. 빈집과 함께 폐농어자재들은 농어촌을 황량하게 한다. 농촌에서는 못쓰게 된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뿐 아니라 이앙기, 관리기, 분무기, 그리고 폐비닐 등이 쌓여 있다. 어촌에서도 낡은 폐선과 어망, 로프, 통발, 그리고 폐윤활유, 선저폐수 등이 방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어촌의 미관을 해치고 많은 자재들이 낭비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이 같은 문제를 농어촌의 유휴자산으로 보고 이를 활용하는 자원순환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ChatGPT가 정리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16개 기종의 농업기계는 198만 3천 대이다. 이 가운데 경운기가 50만 8천 대로 가장 많고, 트랙터는 32만 대, 이앙기는 16만 6천 대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농기계의 종류와 이용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벼농사의 감소와 영농규모 확대에 따라 경운기·이앙기·콤바인은 감소하는 반면, 밭농업의 기계화로 관리기·파종기·정식기·수확기 등은 증가하고 있다. 즉 과거 농촌에서 필요했던 기계가 현재는 유휴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전국 폐농기계는 만 2천여 대로 집계되고 있다. 전체 농기계의 0.6% 수준이지만 공식적으로 집계된 방치량과 실제 유휴·폐기 자산과는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어촌의 경우에는 폐어구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2024년 기준 국내 등록어선은 6만 3천 7백 척이고, 이 가운데 21년 이상 노후어선이 2만 6천여 척으로 40.7%를 차지한다. 또 등록어선의 97%가 FRP 선박이다. 특히 FRP 선박은 단순 고철처럼 처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는 폐선→해체→FRP·금속·엔진·전기장치 분리→재사용·재활용이라는 별도의 산업체계가 필요하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연근해 어장에서 유실·침적 폐어구 2만 6천여 톤이 수거됐다. 2020년에서 2024년까지 5년간 연근해어장 생산성 개선사업으로 침적폐기물 만 8천여 톤을 수거하는데 664억 원을 투입했다. 따라서 폐어구를 사전에 회수한다면 수거비+해저 인양비+운반비+처리비+생태계 피해비용 등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폐농어자재 경제적 가치 막대 자산순환 정책으로 대응해야
왜 농어촌에서는 자재가 버려지는가? 첫째 고령화이다. 농림어가 인구 중 51%가 65세 이상이다. 농어업 자재를 직접 수리·운반·처분하기 어렵다. 둘째 소규모 농가가 사용하던 농기계가 영농규모 확대와 함께 유휴화한다. 셋째 농가에는 대형 농기계나 폐기자재를 장기간 보관할 공간이 없다. 넷째 농기계를 처리하려면 운반·해체·타이어 처리 등에 비용이 들어간다. 다섯째 자원순환시장이 지역에 없다. 가까운 곳에 수리업체·부품시장·해체업체·재활용업체가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환경사업’이면서 동시에 ‘지역경제사회사업’이다. 폐농어자재를 수거하면 환경 면에서 농촌경관 개선, 토양오염 방지, 수질오염 방지, 해양오염 방지뿐 아니라 경제 면에서 농기계 재사용, 중고기계 시장 확대, 부품 재제조, 폐금속 회수, 폐플라스틱 재활용, 수리·운송 일자리, 자원순환기업 육성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사회 면에서도 고령 농어업인의 부담 감소,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 농기계 공동이용, 청년농업인 비용 절감으로 연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한 ‘농촌 쓰레기 청소사업’이 아니다. 폐농어자재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왜 아직 쓸 수 있는 농어업 자산이 폐기물로 전환되는가?” 그리고 “그 자산을 어떻게 다시 농어업 생산현장으로 돌려보낼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대안: 「농어촌 자원순환센터」 「농어촌 자원순환 프로젝트」
요컨대 해법은 ‘폐기물 수거사업’이 돼서는 안 되고, 「농어촌 자원순환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읍·면 단위 또는 여러 읍·면을 묶어 하나의 거점센터를 설치한다. 기능은 농가·어가->전화·앱·마을이장 신고->순회수거차량->농어촌 자원순환센터->재사용, 수리, 부품 재사용, 재제조, 고철·플라스틱 재활용, 폐유·유해물질 전문처리 등을 하도록 한다.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면 ‘농어촌 자재은행’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고 농기계, 관수시설, 어구, 선박 장비 등을 등록하고, 필요한 사람이 다시 사용하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농기계에는 ‘보증금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농생명도시인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전북 농어촌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고려할 수 있다. 1단계는 김제·고창·부안 등 2~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도해본다. 즉 폐농기계 전수조사, 폐어구 전수조사, 폐선 실태조사, 폐유 발생량 조사, 그리고 농어업 기자재 보관시설 조사를 벌인다. 2단계로 읍·면 공동 자원순환센터를 설치한다. 3단계에는 농기계 수리·재제조 기업과 연계, 4단계는 금속·플라스틱 재활용기업과 연결, 마지막 5단계는 전북 전체 14개 시·군으로 확대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폐농어자재 산업을 만들어 순환체계를 완성시키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제안하고 싶은 핵심 정책은 ‘5R’이다. 기존의 3R을 농어촌 현실에 맞게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수리(Repair)로 고장 난 농기계를 버리지 않고 고친다. 둘째 재사용(Reuse)으로 다른 농가·어가가 다시 사용하도록 한다. 셋째 재제조(Remanufacture)는 엔진·변속기·유압장치 등 핵심부품을 재제조한다. 넷째 재활용(Recycle)으로 철·알루미늄·플라스틱 등을 소재로 회수한다. 다섯째 반납(Return)으로 사용 종료 단계에서 반드시 공식 회수체계로 되돌린다. 농어촌에 버려지는 농어자재를 잘 활용하는 것이 농어촌을 살리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필자 주요 이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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