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북한은 해킹으로 8조원 털었다는데…"평화공존과 제재 양립 불가"라는 이재명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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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의 피해 추정액은 63억 달러, 약 8조4000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다. 이틀 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이미 국제 금융질서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2024년 경찰 수사에서는 북한 해킹조직이 국내 방산업체 10여 곳에 침투해 기술자료를 탈취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북한 IT 인력이 신분을 속여 국내 기업에 취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인공지능(AI)도 공격에 동원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북한 해킹조직은 AI를 이용해 한국인을 겨냥한 피싱 문서 100개 이상을 제작했다. 공격 수법과 규모가 동시에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탈취한 가상자산을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활용한다고 경고해 왔다. 금융시장에서 훔친 돈이 군사적 위협을 키우는 자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해킹은 단순한 금융범죄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의 해킹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사이버 공격을 막으려면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이 처음으로 제외됐다.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협력의 균열은 이보다 앞서 감지됐다.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미국이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일부 대북 정보 공유가 제한됐다. 정 장관은 이미 공개된 정보라고 반박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옹호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이종석 국정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일부 위성영상 정보의 공유 제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국정원은 다른 분야의 협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북한 해킹 대응의 핵심인 한미 정보협력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대북정책에 대한 이재명 정부 내부의 인식 차이다. 지난 10월 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독자제재를 제안하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평화공존 정책과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지뢰 폭발사고와 사이버 제재의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뢰와 무관하다면 해킹 문제는 별도로 제재하면 된다. 평화공존이 북한의 불법 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이유가 될 순 없다. 대화와 제재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통로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실제 확성기 방송 중단 이후 북한도 대남 소음방송을 중단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 역시 계속되고 있다. 상대방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는데 우리 정부의 선제적 조치만 반복된다면 그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따져봐야 한다.
 
북한 해커들은 대화를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에 침투하고 금융망의 취약점을 찾으며 탈취한 자금을 세탁한다. 이재명 정부도 답해야 한다. 한미 정보협력은 정상적으로 복원됐는가. 북한의 불법 자금 조달을 얼마나 차단했는가. 평화공존 정책은 실제 안보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평화공존은 대북정책의 목표일 수 있지만 국가안보의 원칙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북한군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들이 부상당한 사건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 정 장관은 지뢰가 “방어용 무기”라며 “‘공격’이라는 표현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위협은 ‘현실’인데 정부의 대응이 평화공존이라는 ‘대의명분’에만 머문다면, 국민의 재산과 국가의 안보는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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