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연기에 한국 축구 사령탑 선임 새 국면…손흥민 '라스트 댄스'도 안갯속

  • 아시안컵 11개월여 연기…2027년 12월 23일 개막

  • 모레노 이달 계약 만료…'새 집행부서 감독 선임' 의견도

  • 첫 우승 도전 미뤄진 손흥민…36세에도 아시안컵 소화해야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 앞서 시계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 앞서 시계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막이 내년 1월에서 12월로 미뤄지면서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이달 계약이 끝나는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은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이어갈 가능성이 낮아졌고,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컵 무대로 여겨졌던 주장 손흥민(LAFC)의 '라스트 댄스'에도 변수가 생겼다.

AFC는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7년 1월 7일~2월 5일로 잡혀 있던 대회 일정을 2027년 12월 23일~2028년 1월 21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개막일 기준 11개월여 늦어졌다. 변경된 일정은 국제축구연맹(FIFA)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대회 일정이 대폭 수정된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악화한 중동 정세가 있다.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공항과 에너지 시설 등이 파괴되며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지난달 26일 세부 경기 일정을 공개하며 예정대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뜻을 보였던 AFC는 일주일여 만에 결정을 바꿨다.

AFC는 "현재 중동의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대한 물류상의 복잡성과 이동 차질 등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해 일정 변경을 승인했다"며 "원래 일정대로 대회를 조직하고 운영하기에는 예외적인 어려움이 조성돼 참가 팀과 관계자, 관중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안컵이 연기되면서 대한축구협회가 내년 1월 개막에 맞춰 세워둔 사령탑 선임 구상도 흔들렸다.

스페인 출신 모레노 감독이 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은 건 지난 9월이다. 축구협회는 계약 기간을 이달 27일까지로 하고 A매치 6경기(9~10월 4경기·11월 2경기)를 맡겼다. 성과에 따라 아시안컵까지 동행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도 달았다.

축구협회가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건 내년 1월 개막까지 시간이 빠듯했던 데다 협회장 자리마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정몽규 전 회장이 물러난 뒤 이용수 부회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면서 정식 감독 선임 같은 굵직한 결정은 미뤄둔 상태다. 차기 회장 선거는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다.

다만 대회 연기가 대표팀에 악재만은 아니다. 일정이 2027년 말로 밀리면서 시간에 쫓길 이유가 사라졌다. 사령탑 인선도 12월 선거로 출범할 새 집행부가 맡는 쪽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축구계 관계자는 지난 3일 본지와 통화에서 "예상치 못했던 아시안컵 연기로 인해 한국 축구가 재건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라면서 "새로운 집행부 체제에서 규정에 맞는 절차를 거친 뒤 새 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성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생겼으니 정식 감독 자리를 두고 지난번처럼 공개채용 방식으로 후보를 받고 선임 절차를 밟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레노 감독에게는 이달 A매치 2연전이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은 지금까지 4경기에서 2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에콰도르(3대 0)와 우즈베키스탄(2대 0)을 꺾었고 우루과이에는 1대 4로 졌다. 베네수엘라와는 0대 0으로 비겼다. 남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전에서 확실한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주면 계약 연장 가능성도 남아있다.

축구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모레노 감독을 아예 정식 감독 후보군에서 배제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은 계약 규정에 따라 성과를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새 집행부가 모레노 감독을 배제하고 새로운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간다면 이는 지난 집행부의 파행을 또다시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종료후 손흥민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종료후 손흥민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흥민의 마지막 아시안컵 도전도 1년 가까이 뒤로 밀렸다. 원래 일정대로였다면 1992년생인 손흥민은 35세에 대회를 치를 예정이었다. 바뀐 일정에서는 36세에도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아시안컵은 손흥민이 아직 정상에 서지 못한 무대다. 손흥민은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처음 아시안컵 무대를 밟았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결승까지 올랐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는 8강, 2023 카타르 대회는 4강에서 멈췄다.

손흥민으로서는 대회까지 남은 시간 동안 소속팀에서 경기력과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과제다. 출전 여부와 역할은 새 감독의 선수단 구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표팀 내부 분위기도 변수다. 지난달에는 손흥민의 리더십을 두고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04)과 갈등설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세 선수의 대표팀 은퇴설까지 나왔다. 황인범은 당시 은퇴설에 선을 그었고 대한축구협회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민재와 황희찬은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11월 명단에 네 선수를 모두 포함했다. 주장도 손흥민으로 유지했다. 다만 사령탑이 바뀌면 주장단 구성과 리더십 체계도 새로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모레노호는 오는 13일과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두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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