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월간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지 흑자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4500억 달러 달성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경상수지는 614억6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역대 최대였던 지난 6월(497억3000만 달러)을 117억3000만 달러 웃도는 수준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2023년 5월 이후 41개월 연속 이어졌다. 2019년 3월 이후 최장기간 연속 흑자 기록이다.
경상수지는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400억 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달(142억2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규모가 472억4000만 달러 늘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흑자 규모는 3406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38억9000만 달러)의 4배를 웃돌았다.
9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627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6월(478억9000만 달러) 세웠던 종전 기록을 3개월 만에 경신했다.
수출은 1307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92.4% 증가했다. 월간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6월 이후 4개월 연속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분기 말 납품 집중 효과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60.3% 급증했다. 정보통신기기(137.6%), 석유제품(73.3%) 등도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승용차(-5.6%)와 자동차부품(-8.1%) 등은 감소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9월 반도체 가격 상승률은 182.1%, 물량 증가율은 30.5%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급증에 가격 상승이 크게 기여한 모습이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반도체는 수입도 있어 상품수지 흑자에 대한 정확한 기여도를 산출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출만 놓고 보면 올해 누적 수출 증가에 반도체가 약 45.2%포인트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미국(136.9%), 중국(123.1%), 동남아(113.2%)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
수입은 679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4% 증가했다. 통관 기준 원자재 수입은 원유와 가스 등을 중심으로 21.3%,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중심으로 42.3% 늘었다. 소비재 수입도 2.0%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33억5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16억8000만 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운송수지 흑자가 전월 5억2000만 달러에서 1억3000만 달러로 줄어든 데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적자도 3억9000만 달러에서 7억7000만 달러로 확대된 영향이다.
여행수지는 7억7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과 동일했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6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19억2000만 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
경상수지 흑자가 빠르게 늘면서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4500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남은 3개월간 월평균 약 364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 전망치에 도달한다.
김 국장은 "10월은 9월보다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어 통관 무역수지가 축소됐지만, 경상수지 기준으로 보면 역대 2위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11월과 12월에는 연말에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최근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배당 문제 등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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