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마도해역서 고려 난파선 5·6호선 확인…800년 전 해상 물류망 드러나

  • 마도5호선, 1208년 개경 향하던 마도1호선과 동일 선단 추정…목간 26점 결정적 단서

  • 마도6호선서 경남 사천·진주 관련 목간 출수…경상도 출항 선박 흔적 첫 확인

마도5호선 출수 목간 전체사진국가유산청
충남 태안 마도해역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난파선 마도5호선의 목간(木簡) 26점. 목간에 남아 있는 화물의 발송지와 수취인, 연대 기록은 마도5호선이 1208년 봄 개경으로 향하던 마도1호선과 같은 선단이었음을 추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사진=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


800여 년 전 전라도에서 곡물과 물자를 싣고 고려의 수도 개경으로 향하던 선박 두 척이 같은 선단에 속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가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나왔다.

인근 해역에서는 경상도에서 출항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고려 선박의 흔적도 발견돼 당시 해상 물류망을 밝힐 중요한 단서가 확보됐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지난 4일 태안군 근흥면 국립태안수중유산박물관과 마도 북서쪽 해역 발굴 현장에서 수중발굴 조사 성과를 공개하고, 고려 난파선 마도5호선의 실체와 마도6호선의 매장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에서 주목되는 것은 마도5호선이 2009년 발견된 마도1호선과 같은 시기, 같은 항로를 운항한 선박이라는 연구 결과다.
 

마도5호선에서는 닻돌과 원통목, 밧줄 등 선체 부속품을 비롯해 볏섬과 청동호 등 유물 54점이 출수됐다. 이 가운데 화물의 발송지와 수취인 등을 기록한 목간(木簡) 26점이 선박의 운항 시기와 경로를 밝히는 핵심 자료가 됐다.
 

목간에 적힌 ‘정묘년(丁卯年)’과 ‘정묘 12월’ 기록,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화물은 1207년(고려 희종 3년) 12월에 수집됐으며, 실제 항해는 이듬해인 1208년 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화물 발송지는 전라도 영암군과 안로현으로, 현재의 전남 영암읍과 금정면 일대다. 목적지는 고려 수도 개경을 뜻하는 ‘경(京)’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안로현에서 개경의 송득덕(宋得德)에게 보내는 화물 목간은 마도1호선에서 발견된 목간과 내용과 필적이 거의 일치했다. 연구소는 동일 인물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선박의 발견 지점은 약 250m 떨어져 있으며, 선체 외판의 두께와 형태도 다르다. 연구소는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두 배가 1208년 봄 전라도의 화물을 나눠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같은 선단이었으며, 마도 해역에서 악천후를 만나 함께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마도6호선의 발견은 고려시대 해상 운송망의 범위를 경상도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도2호선 동쪽 약 100m 지점에서 실시한 시굴조사에서는 청자유병과 도기정병, 볏섬, 화물 받침목 등 고려시대 유물 20여 점이 발견됐다.
 

함께 출수된 목간에는 ‘사주호장목량(泗州戶長睦亮)’과 ‘반성형지□미(班城邢遲□米)’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주는 현재의 경남 사천시로, 고려시대 13개 조창 가운데 하나인 통양창(通陽倉)이 있던 곳이다. 반성은 현재의 경남 진주시 반성면 일대에 해당한다.
 

이 기록은 경상도 지역에서 출항한 선박이 태안 해역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마도 해역에서 확인된 고려 선박들이 주로 전라도 지역의 물자를 운송했던 것과 구별되는 성과다.
 

다만 마도6호선은 아직 선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연구소는 향후 정밀 발굴을 통해 선박의 구조와 침몰 시기, 운송 화물의 성격 등을 추가로 규명할 계획이다.
 

태안 앞바다는 예부터 조류가 거세고 항해가 어려운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2007년 태안선(대섬)을 시작으로 마도1~4호선이 발견됐으며, 이번 마도5·6호선까지 모두 7척의 고선박이 확인됐다.
 

이번 발굴은 태안 마도 해역이 고려시대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자를 수도로 운송하던 주요 해상 교통로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목간에 남은 발송지와 수취인 기록은 문헌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당시 조운 체계와 물자 이동 경로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태안군은 그동안 공유수면 점·사용 협의 등 수중발굴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해왔으며, 2027년까지 이어질 정밀 조사에도 협력할 방침이다.
 

군은 국가유산청 및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협력해 발굴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국립태안수중유산박물관과 연계한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에 확인된 두 선박의 흔적은 고려시대 바닷길이 단순한 이동 통로를 넘어 지방의 물자와 수도를 연결하는 국가 물류망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향후 발굴 결과에 따라 당시 선박 운항과 조운 제도의 실체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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