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뒤집기 위한 입법 공세를 예고했다. 역사상 첫 흑인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트럼프 저격수'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관세 철회와 이란 전쟁 종식을 추진할 방침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년 1월 새 의회 출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조치를 철회하고 수입 관세 결정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이란 전쟁을 끝내거나 전쟁을 지속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도 다시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하원 출범 후 첫 100시간 안에 건강보험료 지원 확대 조치를 복원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저소득층 의료보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을 되돌리는 법안도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입법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으로 물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생활비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NBC뉴스 출구조사에 따르면 중간선거 유권자의 80% 이상이 휘발유와 식료품, 의료비 등 필수품 가격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이날 MS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보복보다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하원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하며 '트럼프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그는 "미국 국민은 우리가 되갚아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생활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국민을 대신해 성과를 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생활비와 의료 서비스, 이란 전쟁을 꼽으며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에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종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 하원 법사위원장으로 유력시 되는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 법사위 간사(메릴랜드) 또한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캐나다 CBC에 "우리는 이 관세들을 끝낼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의회를 탈환한 이유"라며 "우리는 캐나다와 같은 가장 가까운 우방국을 비롯해 전 세계 민주주의 동맹국들에 이번 의회 선거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세력이 승리했으며,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4일 미국장에서 8% 이상 급락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철회 기대감에 현대차, 기아차, 도요타 등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주들은 급등세를 선보였다.
실제 성과 '불투명'
다만 민주당의 민생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NBC뉴스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이후 민주당과 협력할 의향을 밝혔지만 실제 입법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했을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력을 제안했으나 의미 있는 입법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활비 부담 완화 자체도 쉽지 않은 과제다. 민주당은 관세 철회와 이란 전쟁 종식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지만, 전쟁으로 발생한 글로벌 원유 시장의 혼란은 교전이 중단되더라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란은 미국의 선거 결과를 자국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하면서도 대미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지배 체제 내 당파적 변화로 행동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크나큰 착각"이라며 미국이 공격을 재개할 경우 전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란 국민은 전장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트럼프에게 전략적 패배를 안겼을 뿐만 아니라, 워싱턴에서도 정치적 패배를 선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사이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벌인 전쟁의 막대한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누구든 이란에 맞서는 자는 전장에서부터 자신들의 안방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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