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긴장해야 한다"

전성배 변호사 / 법률사무소로그

요즘 경제상황이 IMF때 보다 더 힘들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경기악화 등으로 문닫아야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디선가 새 회사가 생겨나고 퇴출당하는 현상은 지금도 여전하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수경기마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불황에 금융경색까지 겹쳐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때일수록 법에 관심을 갖고 기업측에서 생길 수 있는 ‘회사의 성립ㆍ활동ㆍ소멸’의 세 단계 법률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기업인의 중요한 숙지과제라고 생각한다.

첫째 회사설립 과정에서 발기인은 많은 법률행위를 하지만 이런 행위가 ‘성립후 회사’에 모두 귀속하지 않는다. 귀속하는 경우는 발기인이 ‘설립중 회사’의 명의 즉, ‘설립중 회사’의 대표기관 자격으로 발기인 권한범위 내에서 법률행위를 한 때에 한한다.

결국 ‘설립중 회사’와 거래하는 당사자는 발기인이 누구 명의로 법률행위를 하는지 잘 살펴야 차후 ‘성립후 회사’에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고 낭패도 모면할 수 있다.

둘째 '성립후 회사'가 활동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것은 차후 분쟁이 없도록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흔히 계약서 작성과 사인 후 계약이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고 싶을 때가 많지만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d servanda)’는 원칙에 따라 구속력이 부여되고, 예외로 우리 민법은 법정된 무효사유와 취소사유, 해제ㆍ해지사유가 있으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계약서 작성시 각 문구 하나하나에 신경써야 한다.

그 다음으로 미수금채권의 회수는 외상거래가 잦은 업계 현실상 어떤 회사든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다.

채무자측에서 변제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이 들면 그런 채무자와는 재거래를 해선 안 될 것이므로 즉각 법적절차를 밟아야 한다.
물론 거래중단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채권자가 법적절차를 밟을 태세라도 보이면 채무자는 반응하기 마련이다.

만약 채권자가 법적조치를 밟지 않고 채무자에게 단순히 돈달라고 졸라대거나 때로는 협박도 하면서 시간만 보내다보면 자칫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채무자가 재산을 다 빼돌려 가압류나 가처분할 재산도 없는 상태에서 소송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경우 소송에서 이겨도 집행할 재산이 없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다.

셋째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면 법인회생이나 법인파산 절차가 문제로 떠오른다.

채무자가 현 시점에서 재정적 파탄에 직면하더라도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인 ‘계속기업가치’와 청산할 때의 가치인 ‘청산가치’를 비교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면 법인회생절차를, ‘청산가치’가 크다면 법인파산절차를 밟는 것이 적절하다.

회생이냐 파산이냐 하는 경제성 판단은 ‘계속기업가치’가 핵심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말고 법적분쟁 발생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모쪼록 연말에 가족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전성배 변호사 / 법률사무소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