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시장 환호하는 사나에노믹스… 회의론은 여전

  • 선진국 최악 부채 250%의 위협과 '금리 부메랑'… 1% 금리 벽에 막힌 재정 여력

  • 반도체 부활, 40나노→2나노 '점프' 실현성 의구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지지통신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지지통신·AFP·연합뉴스]



대규모 재정 확대와 제조업 부활 및 국가 주도의 산업 재편을 목표로 하는 '사나에노믹스'가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둘러싼 회의론은 여전히 거세다. 무엇보다 사상 최대 수준인 일본의 국가 부채 규모가 최대 걸림돌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가 부채는 약 1342조 엔(약 1경2537조원)으로, GDP 대비 250%에 달해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다카이치 정부는 외환보유액 등을 차감한 '순부채' 비율이 낮다며 적극 재정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무리한 투자가 지속될 경우 부채 증가 속도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결국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재정학의 권위자인 도이 다케로 게이오대 교수는 "재정은 한 걸음만 잘못 내디디면 길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권 내에서 '국채는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순간, 시장은 일본 정부의 채무 변제 의지를 의심하며 국채 매도(금리 급등)로 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리 상승은 사나에노믹스의 발목을 잡는 가장 직접적인 변수다. 현재 일본 정부 예산의 약 25%가 국채 원리금 상환에 투입되고 있는데, 이 중 순수 이자 비용만 10%를 차지한다. 다카이치 내각은 경제 성장률이 국채 금리보다 높으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현재 0.75% 수준인 기준 금리가 1%대에 진입하거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예산의 30%에 육박할 경우 정책적 여력은 급격히 소멸된다. 뜨거운 재정 확대와 차가운 물가 관리 사이의 '미묘한 온도'를 찾아내겠다는 구상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금리 인상의 부메랑이 되어 정작 필요한 민생 예산을 갉아먹는 역설을 초래할 수 있다.

사나에노믹스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제조업 부활, 특히 반도체 산업 재건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첨단 공정 기술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크게 뒤처져 있다. 현재 일본 기업의 기술은 40나노급인 상황에서, 중간 단계 없이 2나노급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술적 비약이 너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인력 부족, 산업 생태계 복원 등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 나아가 경제 안보를 이유로 생산을 국내로 회귀시키는 정책 역시 효율성 저하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키우치 다카히데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해외에서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일본에서 높은 비용으로 생산하게 될 경우, 기업 경쟁력 저하뿐 아니라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사나에노믹스는 기존 아베노믹스와 달리 정부가 산업 방향을 직접 설정하고 기업을 견인하는 '국가 주도형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빠른 정책 집행과 집중 투자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정치적 개입 가능성이라는 리스크도 내포한다. 특히 전략 산업을 정부가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은 성공 시 효과가 크지만, 실패할 경우 비용 역시 국가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나에노믹스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다. 재정 확대, 산업 재편, 기술 투자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일정 부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그 전제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재정 건전성 유지, 인플레이션 통제, 산업 경쟁력 회복, 정책 실행력 확보 등 어느 하나라도 흔들릴 경우 정책 전체가 균형을 잃을 수 있다. 결국 사나에노믹스는 일본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구조적 리스크를 확대하는 '고위험 전략'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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