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야후 코리아가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인터넷 생중계한 토론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미네르바' 구속과 관련해 진보 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교수와 보수논객인 변희재 미디어발전연합 공동대표가 날선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야후 코리아에 따르면 생중계 동안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1만 여명이었고 댓글도 1만여 개 이상 달렸다.
이름 난 논객들이 펼치는 논쟁에 네티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네티즌들의 위축된 분위기에서 미네르바의 구속이 네티즌들에게 그저 단순한 사건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네르바가 검찰의 인터넷주소(IP)추적으로 잡혔다는 소식에 IP정보를 감추며 우회접속하는 ‘IP세탁’을 하거나 자신의 글을 자진 삭제하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들린다. 미네르바의 활동 장소였던 다음 ‘아고라’의 경제토론방(일명 경방)에서는 자취를 감춘 다른 논객들에게 돌아오라는 글도 쇄도한다.
어떤 네티즌은 “미네르바는 단지 네티즌일 뿐이다.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구속한다면 나도 구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잡혀가지 않고 비판글 쓰는법은 공중부양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올리면 안된다. 그렇다고 사실을 올려서도 안된다.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가 포함되지 않는 글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허나 모욕죄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위축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는 사실 미네르바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때문에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이었는지,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 다만 이번 일로 네티즌들의 비판과 토론의 장이 돼야할 인터넷 현장이 작아지고 네티즌들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상실감과 무기력감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소영 기자 yout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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