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길 끊긴 중고차 시장···“고사 직전” 아우성

   
정부의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 시장은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중고차 매매가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다. 방문객은 커녕 문의 전화마저 끊겼다. 경비라도 줄여볼 심산으로 동고동락 해 온 직원마저 내보내고 있지만 문 닫는 매매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7일 금요일 오후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에도 중고차 시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정부가 5월부터 신차를 사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중고차 시장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중고차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 때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고차 가격 급락을 기다리는 ‘수요 대기’ 현상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27년 간 중고차 딜러를 해온 문수원 씨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작년 9월 이후 중고차 매매가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며칠 전 발표된 정부 대책 이후로 방문객수는 더 떨어져 평소의 1/10 수준에 불가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SK엔카나 카즈 등 주요 중고차 쇼핑몰은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이 발표된 12일 이후 지금까지 매매 성사 건수가 전무한 상태다.

중고차 매매상 김태운 씨는 “중고차 시장의 오랜 불문율로 통했던 ‘불황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여기에 정부 대책이 시행되는 5월까지 매입 시기를 늦추려는 고객들이 늘면서 중고차 거래가 아예 단절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딜러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에 대해 “중고차를 사려던 고객이 신차로 돌아서는 것에 대비해 가격을 소폭 내릴 수는 있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중고차를 팔려는 매매상들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카즈>
 
21일 현재 중고차 시세는 일부 차종의 매물 부족 현상 덕분에 아직까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세금 감면이 시행되는 5월부터 중고차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카즈에 따르면 인기 차종인 현대차 ‘NF소나타’는 지난 3월말 188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20일 기준 1838만원으로 42만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1950만원에 거래되던 르노삼성 ‘SM5’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SUV 모델인 모하비와 싼타페는 각각 3400만원에서 3300만원으로, 2140만원에서 2080만원으로 떨어졌다. 쏘렌토는 후속차량 출시로 인해 210만원 가량 하락했다.

박성진 카즈 마케팅담당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중고차 시세가 급락했지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다음 달에는 중고차 가격이 소형급은 50만~100만원, 준중형급은 100만~150만원, 중형차는 150만~200만원 가량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상래 아세아자동차 대표는 “중고차 가격이 떨어진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선뜻 차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매매업자들끼리 싸게 사고 비싸게 팔기 위한 눈치작전만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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