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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에 대해서는 통일된 정의도 없고, 정형화된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최근에는 정책당국보다 시장이나 언론이 앞장서서 출구전략의 수단이나 실시시기 등을 언급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출구전략이란 금융위기 등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평소와 다른 특별한 정책수단을 사용하였다가 상황이 개선되면서 이를 제거하여 정상상태로 복귀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예를 들면, 정책당국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끌어내렸지만 이것으로 부족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정책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통상적인 정책수단인 단기금리의 조절에 그치지 않고 특별조치인 양적완화까지 동원하는 일종의 정책시스템의 전환이다.
이후 상황이 개선되면서 양적완화정책이라는 특별방식에서 다시 금리를 수단으로 하는 정책으로 복귀하는 것을 출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출구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 포착이다. 과거 실패한 출구전략은 대부분 조급한 시점 선택이 원인이었으며, 이 때 경제는 다시 질곡에 빠졌다. 출구전략은 언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실행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공황 이후 1936년의 미국, 버블붕괴 이후 2000년의 일본 등이 있다.
대공황 당시 1935년까지 5년간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5년 초부터 플러스로 회복하자 미연준은 1936년 하반기중 예금준비율의 인상, 국채매도개입, 금의 불태화 등을 골자로 하는 출구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핵심소비자물가의 마이너스 전환, 산업생산의 둔화가 발생하였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까지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지연됐다.
2000년 일본의 경우도 90년대 말 IT붐의 결과로 경기회복의 조짐이 강해지면서 2000년 8월 제로금리정책에서 금리인상으로 전환하자 곧바로 경기침체가 재현되었다. 물론 당시 세계적인 IT버블의 붕괴가 시작된 것도 이유이나 통화당국의 섣부른 출구전략, 즉 제로금리의 해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2001년 3월에 제로금리로 복귀하는 것은 물론 당좌예금잔고를 조작목표로 하는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조만간 출구전략을 구사해야 할 주요국 통화당국에 신중한 행보를 요구하고 있다.
타이밍의 문제에 앞서 현재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고, 이때의 판단은 다소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경기는 수준과 추세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고, 경제의 질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 개선과 침체의 신호가 혼재된 경우라면 당연히 침체신호에 비중을 두고 출구전략의 실행을 늦출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도 지적한 바와 같이 향후의 경기예측에 따라 출구전략의 실행 시기나 방법은 당연히 달라질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위기 상황에서 실행한 정책의 종류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출구전략의 실시 시기와 규모 등은 결국 미연준과 ECB의 판단과 행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어느 시점에서 어떤 형태의 출구전략을 구사할 것인지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고, 다른 나라 통화당국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양 기관이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고, 정책효과도 상이한 만큼 향후 경제회복은 물론 출구전략의 성공 가능성도 분명히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제로금리에 양적완화까지 실시한 미국이나 최근까지도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ECB가 이러한 비상조치들을 거두어들이는 것은 명백한 출구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정책금리를 단기간에 2%까지 큰 폭으로 인하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당국이 정책금리를 다시 인상기조로 가져간다고 해서 이를 주요국의 출구전략과 같은 차원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국내경제는 일본, EU 등에 비해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정책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분석실장 <yhkwak@hanai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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