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싼 건 역시 비지떡일 수 밖에 없다.
또 이 같은 사례가 많아질수록 힘 없는 근로자들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택배업계의 예를 들어보자.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노라면 택배서비스의 불친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택배원이 시간을 어겨 불편함을 겪었다’ ‘다른 제품이 왔다’ ‘제품이 망가졌다’ 등이 대표적인 불만 사례다. 이같은 불만만 보고 있노라면 믿고 맡길 택배사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이같은 불만사례는 시정돼야 한다. 믿고 맡긴 서비스가 형편없다면 소비자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하지만 이같은 불만사례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무조건 싼 것만을 찾는 소비자들의 탓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불만사례가 0%가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낮은 단가 속에서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현재 박스당 택배요금은 평균 2200~2300원대로 10년째 2000원 초반에 머물러 있다. 최근 수 년 간은 오히려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택배인프라가 확충되며 원가절감이 이뤄진 측면도 있지만, 업체들이 더 많은 물량을 얻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인 측면이 더 크다.
이 같이 싼 것만 찾는 소비자들의 경향은 결국 회사의 위기, 나아가서는 힘 없는 근로자들의 위기를 야기하기도 한다.
실제 단가인하 경쟁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몇몇 중견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접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비스’까지 챙길 겨를이 있을 턱이 없다.
올 초 한 명의 생명을 앗아간 택배업계와 화물연대간 갈등도 결국 저단가로 인해 신음하는 택배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최근 택배업계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내세우며, 합리적인 택배단가를 한 목소리로 부르짖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소비자들도 무조건 싼 제품을 찾기보다는 합리적인 서비스에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할 때이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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