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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지고는 낮도 무사할 수 없다 - 심상훈의 Book&Talk
대한민국 신중산층 시대가 온다
조창원 著/ 엘도라도
김현철이라는 가수가 부른 대중가요 ‘달의 몰락’의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탐스럽고 예쁜 저 예쁜 달// 나를 매일 만날 때에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어// 탐스럽고 예쁜 달이 좋아//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 달이 몰락하고 있네.’
그렇다. 버스와 여자는 기다리면 또 온다. 경제위기 이전 두툼했던 중산층이 밤하늘에 달이 지듯 한순간에 사우나 목욕탕에 보는 모래시계 중간 모양처럼 안타까울 정도로 몰락했다.
이를 두고 ‘양극화가 심해졌다(빈익빈부익부)’라고 말한다. 심지어 총체적 난국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미가 넘쳐났던 더불어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하루빨리 “우리 사회는 중산층의 몰락을 막고, 서민층이 중산층으로 올라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다들 목소리를 높여 주장한다.
주장은 틀리진 않다. 맞다. 다만 문제는 중산층이 두터운 항아리형 경제시대를 희망하면서도 정작 누구 하나 큰소리만 내지 쓴소리를,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면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이다. 기자 출신의 조창원씨가 쓴 ‘대한민국 新중산층 시대가 온다’(엘도라도)의 출간은 타이밍에서 기막히게 적절하게 보인다. 기다리던 버스와 여자가 때마침 다가오는 것처럼.
그러나 마치 상류층과 하류층이 위아래로 비대하고 허리(중간)는 잘록한 모래시계형 경제는 비단 미인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허리가 매우 튼실한 항아리형 경제, 즉 아줌마처럼 모두가 편안해지는 경제시대를 새로이 맞이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이 현실이다.
책은 미인(절대 물신주의, 승자독식 개발논리, 강자 중심)으로 집약되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 모습을 매우 신랄하게 비판하며 위험하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위기를 교훈 삼아 미래에는 신중산층을 확대하는 길만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활로(活路)라고 강조한다. 강조하는 모양새를 살피자면 과거의 중산층과 다른 말 그대로 ‘新중산층’인 걸 파악할 수 있다.
책이 강조하는 新중산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린·글로벌·신용 중산층이 그것이다. 그린은 성장에만 집착하지 않는 공생추구의 기업과 정부 그리고 개인을 가리킨다. 글로벌은 이기적인 민족주의적 성향을 앞으로는 버릴 것을 적극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가와 긴밀한 관계 성립과 더불어 거시적 안목에서 경쟁과 화합을 모색하는 마인드를 준비로 갖춰야 한다고 조근조근 설명한다.
이 책의 백미는 ‘신용 중산층’일 것이다. 금융거래에 있어서 기준이 되고 있는 신용등급이 개인의 금융거래뿐이 아니라 직장, 결혼, 이민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의 수준을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놀라울 정도의 분석으로 예측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신용관리와 리스크에 만전을 기하는 자만이 진정한 부를 창출할 수 있으며 안정된 가정을 지키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종합적으로 위기 해법을 진단한다. 달(신중산층)이 지고는 낮(빈익빈부익부)도 무사할 수는 없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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