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수입 줄어도 임직원 고액연봉 등 돈잔치
학자금에 당직비, 포상비, 경조금, 건강검진비 등 복리후생비 화려
접대비 '펑펑'..가마솥 수익 불구 사회적 책임 찔끔
오는 15일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등 증권 유관기관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수익의 90% 이상을 독점적 이익인 거래수수료로 올리면서 고액연봉과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는 작년 기준으로 일 평균 8억5900만주, 6조4400억원(현물거래)과 일평균 34조8000억원의 선물·옵션 거래를 중개하는 한국 증시의 심장부다. 거래량 기준 세계 1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그동안 부실한 내부감사와 외부감사의 사각지대로 인해 방만 경영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 임금삭감 불구 임직원 연봉 되레 늘어
올들어 거래소는 임금삭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1월 임원연봉을 10~22% 자진삭감했고, 4월에는 부서장 연봉을 동결, 신입직원 임금도 줄였다. 1인당 평균 7450만원을 삭감했다.
또, 올해 공공기관중 최초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임금피크제와 직책정년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거래소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거래소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9일까지 전체 급여의 절반이 넘는 576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8월말 현재 임직원수 716명으로 나눈 1인당 평균 임금은 연간기준으로 1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임원을 제외한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9691만원이었다.
여기에 거래소는 임직원들에게 2006년 27억600만원, 2007년 27억5400만원, 지난해 41억2200만원 등의 연차보상금을 지급해 실수령액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거래소가 임금삭감을 비롯해 예산절감으로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공염불이 된 셈이다.
◆ 수입 줄어도 성과급 인상, 자녀 학원비까지 지원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거래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거래소의 주 수입원은 수수료 수입이다. 증권사에서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주식 거래 때마다 투자자들의 손실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가마솥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
당기순이익도 2006년 784억원, 2007년 1592억원, 지난해 1502억원에 달한다. 거래소 상장 방안이 논의되던 2005년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 주가가 오른 것도 엄청난 규모의 차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수수료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는데도 임원들에게는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다.
작년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은 2007년의 60%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물시장의 수수료 수입은 2007년(2127억원)의 절반 수준인 1191억원이었고, 전체 수입도 2007년보다 1400억원 줄어든 2372억원에 그쳤다.
반면 거래소가 무소속 신 건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해 초 이사장에게 지난해분 성과급으로 기본급(3억7100만원)의 113%인 4억19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3억6000만원에 비해 5900만원(16.4%) 늘어난 것이다.
이사장뿐 아니라 상임감사의 지난해분 성과급도 2억3400만원으로 2007년(9700만원)에 비해 71%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본부장들의 성과급도 같은 기간 총 9억1500만원에서 10억9100만원으로 20%가량 늘어났다.
직원들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달라보이지 않다. 특히 거래소의 복리후생 지급내역을 들여다보면 왜 '신의 직장'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수긍이 간다.
거래소는 지난해 임직원의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으로 6억2982만원, 당직근무자에 대한 당직비 3043만원, 장기근속자 등에 대한 포상비 8310만원, 경조금 3억73만원, 건강검진비 4억414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학자금 6억3609만원, 당직비 1981만원, 포상비 1억180만원, 경조금 1억4410만원 등을 지출했다.
여기에 사내근로복지기금 명목으로 지난해 지방근무자에 한해 교통비 8억3610만원과 직원의 중학생 자녀에 대해 학습지원비 6억7210만원을, 올해에는 5억9110만원과 3억942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이밖에 임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을 4500만원에서 최고 70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접대비 '흥청망청'…사회적 책임 소홀
이사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규모도 과히 '신의 직장'답게 엄청나다.
올들어 6월까지 이사장 포함 23명의 임원이 법인카드를 사용한 금액은 22억4400만원에 달하고, 작년에는 27명의 임원이 69억2100만원, 2007년 23명의 임원이 75억200만원을 써댔다.
연도별 업무추진비의 법인세법상 손비인정 한도금액 초과내역의 경우 2005년 25억8000만원, 2006년 28억8300만원, 2007년 33억8500만원, 지난해 34억7100만원에 달했다.
반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공헌사업은 생색내기에 그쳤다.
올해 9월 현재 보훈대상자 인원현황은 53명으로 2005년 50명에서 3명 느는데 불과했고 전체 비율은 7.6%에 그쳤다.
장애인의 경우 2005년 이후 올해까지 1명으로 변동이 없다. 장애인부담금 역시 2005년 4627만원, 2006년 8400만원, 2007년 6329만원, 지난해 7663만원, 올해 9312만원으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사회적 책임에 너무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래소가 1조원의 이익잉여금 기록을 돌파했고 720여명의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대해진 '공룡조직'이 내놓은 사회공헌 치고는 너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