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호주 중앙은행도 2개월 연속 금리를 올림에 따라 한국은행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국제 공조를 강조하며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를 막아왔지만, 노르웨이·호주 등 G-20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3분기 국내 총생산(GDP)이 2.9% 상승하는 등 경기회복세가 완연한 점도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미국 CIT그룹이 파산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경기 후행지표가 낮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기존의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달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2개월 연속 인상한 것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1.5%로 전월 대비 0.25%포인트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금리를 올린 국가는 노르웨이가 처음이다.
이 같이 G-20 국가들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어 한은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이 G-20 국가 중 경제 회복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의지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2.9%(속보치)로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그렸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0.0%, 2.6%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달 말 발표되는 잠정치에서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올린 호주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 1분기 0.4%, 2분기 0.6%였다.
국내 9월 광공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하며 20개월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이 매달 발표하는 제조업 체감경기는 6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비자심리지수(CSI)도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실물 경제 회복세도 완연하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도 여전히 연내 금리 동결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정부가 출구전략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국회 연설에서 "지금은 멀리 밝은 출구가 보이지만 아직 터널을 빠져나오지는 못했다"며 "우리 경제는 내수·투자·고용의 선순환을 회복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미국 CIT그룹이 파산하는 등 금융 불안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아직 낙관적인 상황으로 이어가기 힘들며,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신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확정하고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하반기 이후 꾸준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해 온 노무라증권도 지난달 중순 인상 시기를 올해 11월에서 내년 1월로 늦췄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은 큰 그림에서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재정 흡수 정책부터 시행돼야 한다"면서 "또 다시 경기 침체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성태 총재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해 유럽의 경제 악화와 CIT 파산 이슈 등을 접하고 나면 금리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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