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의 주인이 되고자 나섰던 효성이 12일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따라서 이번 인수 무산이 최근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는 하이닉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매각 가능성 역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분분할매각 등을 통해 순차적인 매각도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수월치 않아 보인다.
대신증권 반종욱 연구위원은 “하이닉스에는 채권단의 차입금이 대거 지원됐다”며 “분할 매각은 차입금 상환 문제도 있고 경영권 프리미엄 역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매각 역시 수월치는 않다. 최근 쌍용차의 핵심기술이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불법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은 더욱 비판적이 됐다. 실제로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이 있는 해외 업체는 중국 기업과 일부 단기차익을 노린 해지펀드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하이닉스 매각작업은 장기화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하이닉스의 향후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 위원은 “이번 인수 무산은 하이닉스에게 호재”라며 “불투명한 금융 상황에서 채권단 은행이 대주주로 남아있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자금 상황이 넉넉지 않은 효성에 인수될 경우 오히려 위기를 맞으면 자금경색과 투자 미비로 양측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수년마다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효성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왔다.
아울러 하이닉스의 홀로서기 역시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메리츠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내년 하이닉스가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5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내년도 설비투자, 만기차입금, 이자비용 등 지출금액보다 1조3000억원 정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하이닉스는 2년 전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D램 시장 점유율 21.7%로 2위를 단단히 다졌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8.7%로 4위다.
김종갑 사장과 최진석 부사장 등 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는 경영진의 경영방향 역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자칫 경영권 이전으로 경영진이 대거 교체될 경우 조직 분위기 및 사업 방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자체적으로 충분히 투자를 집행할 정도로 경영이 회복됐다”며 “조급하게 주인을 찾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주인이 될 만한 능력을 갖춘 기업에 매각되는 것이 하이닉스와 국익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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