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부동자금이 큰 폭으로 늘며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시장의 단기자금은 약 64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557조9000억원 대비 87조6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1년간 증권사 고객예탁금 증가분 4조4000억원을 합하면 단기자금은 9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자금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포함한 협의통화(M1, 말잔)와 머니마켓펀드(MMF)·양도성예금증서(CD)·매출어음·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RP)·단기 금전신탁 잔액 등을 더한 것이다
단기자금 증가율은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9월 5.63%, 12월 4.80%였지만, 올 3월 12.78%로 급증했다. 6월에는 11.25%로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9월 들어 다시 15.71%로 뛰어올랐다.
금융위기가 잦아들고 있음에도 단기자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까닭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서머랠리를 펼치며 한때 1700선까지 올랐던 증시가 1500선대로 조정을 받은 데다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투자가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금 단기부동화 현상은 금융의 실물 흡수를 더디게 만들어, 자칫 실물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단기자금은 투자기간이 짧은만큼 시장과 경제의 성장을 막아 불확실성을 높여주고 시장 리스크도 키울 수 있다.
한 민간 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자금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 운용이 불가능하다"며 "단기 자금만 많아지면 장기 투자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시장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단기자금 증가는 은행의 기업 대출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예금은행의 총 대출금 증가세(전년 동월 대비)는 올 1월 13.0%, 2월 12.7%, 3월 12.1%, 4월 10.8%, 5월 10.0%, 6월 8.8%, 7월 7.6%, 8월 7.3%, 9월 6.4% 등으로 둔화하고 있다.
증가액으로는 올 들어 9월까지 28조1898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지난해 하반기 기업대출 순증액(34조2097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장은 "단기자금이 늘고 기업 대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자금 단기부동화가 장기화 할 경우, 투자를 통한 잠재성장력 확충 등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또 "자금이 사정이 다시 개선되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및 경제 회복세와 연결돼 있어 내년 1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며, 그때까지 정부는 경기진작 정책을 통한 자금 단기화 현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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