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적 개선됐지만 내년 실적 부진 전망
-현대·기아차, 신차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
금융위기 이후 추락했던 미국 ‘빅3’가 최근 실적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 상승 우려나 취약한 자본 구조, 제품경쟁력 저하 등으로 장래를 기약하기에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북미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게 또 다른 기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단 빅3의 최근 성적은 몰락 이후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포드가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빅3’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미국 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실제 3분기 포드의 순이익은 9억9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억6100만 달러 적자에서 대폭 개선됐다. 특히 전체 판매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시장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GM은 수개월간 끌어온 마그나 및 스베르방크 컨소시엄과의 오펠 브랜드 매각 협상을 포기해 자력 회생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픽업트럭처럼 미국업체들이 강세인 소형 상용차 시장이 회복되고, GM과 크라이슬러가 구조조정 이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향후 미국업체들의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긍정적 전망 뒤에는 소형 상용차 시장 회복과 포드의 점유율 증가가 버티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소형 상용차 판매 비중은 48.9%로 전월대비 2.4%p, 1~10월 평균대비로는 1.8%p 증가했다. 이로 인해 미국 빅3의 시장점유율이 8월 41.2%에서 45.1%로 확대됐다.
특히 2007년 전체 자동차시장의 17%에 달하던 픽업트럭 시장이 올해 초 12%대까지 하락했다가 지난 10월 14.8%로 급등했다.
포드의 점유율 증가 이유로는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반사이익과 빅3 중 유일하게 구제 금융을 받지 않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던 점이 꼽힌다. 최근 라스무젠社의 미국 소비자 조사 결과 68%가 포드에 대해 호의적인 반면 GM은 34%, 크라이슬러는 29%에 그쳤다.
◆소형 상용차 시장 축소 등 불안요소 여전
최근의 호실적이 빅3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에 따라 소형 상용차 시장 축소 가능성 ▲포드의 취약한 자본 구조 ▲크라이슬러의 낮은 제품 경쟁력 등을 불안요인으로 꼽는다. 경쟁력 있는 중소형차 라인업이 부족한 점도 해결 과제다.
곽태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주력 시장인 미국 자동차 판매가 2010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빅3 중) 불안 요인을 이겨내고 점유율을 확대하는 업체만이 향후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회복한 소형 상용차 시장이 유가 상승으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고, 10월 미국 실업률이 10.2%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이 더뎌 자동차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포드는 시장점유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기준 27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금리 인상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의 플랫폼 및 파워트레인 공유 확대로 비용 및 품질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내년 하반기에나 피아트 엔진이 장착된 모델 출시가 가능해 단기간에 상품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최근 북미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조지아공장 완공과 신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미 ‘빅3’의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표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내년에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2.4ℓ)와 투싼ix를 출시하고, 기아차는 1분기에 조지아공장을 완공하고 쏘렌토R을 생산해 판매한다”며 “경쟁력 있는 SUV 등 신차를 앞세워 맞춤한 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해 불투명한 미국 시장 상황에 맞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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